그늘 깊어지는 햇살론…리스크 관리 '딜레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8-16 18: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햇살론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서민들의 급전 지원이란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출 심사과정을 지나치게 간소화한 결과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16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햇살론을 취급하는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의 보증서 발급 신청건수는 총 2만7974건(12일 현재)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보증서가 발급된 것은 2만1311건으로 발급 비율이 76%에 달한다.

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필요한 서류만 갖춰 신청하면 2~3일 내로 심사를 완료해 전자보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등록등본, 금융거래 확인서, 사업자 임차계약서 사본 및 저소득자 증빙 서류 등 4~5가지 서류만 구비하면 보증서 발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 신속한 자금 지원을 위한 조치이지만 부실 심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이유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신용보증재단이 발급한 보증서에 의존해 대출 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농협 관계자는 "햇살론 대출이 부실화해도 지역 신보에서 85%까지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보증서 발급 여부가 대출 심사의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역 신보의 보증서 발급 비율이 금융회사의 대출 승인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보증서 발급부터 대출 실행까지 하루 만에 처리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신협 관계자는 "생계자금의 경우 각 금융회사가 지역 신보의 업무를 대행할 수 있어 보증서만 나오면 당일 대출도 가능하다"며 "상환계약이 불분명해도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으면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 부실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서민지원 대출상품인 미소금융의 경우 승인율이 5.4%에 불과하다. 대출 심사가 2차에 걸쳐 이뤄지는 데다 상환 능력도 까다롭게 검증하기 때문이다.

미소금융중앙재단 통계에 의하면 현재까지 총 3만7000명이 대출을 신청했고 1차 심사 후 2만4000명이 탈락했다. 2차 심사까지 통과한 것은 2000여명에 불과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 관계자는 "1차 심사 때부터 신용등급은 물론 소득수준, 창업 성공률 등을 꼼꼼히 따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창업자금의 경우 1~2주일에 걸쳐 창업 관련 컨설팅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또 햇살론과 달리 대출 신청 후 최소한 한 달이 지나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미소금융재단 한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과 부실 위험을 줄여야 하는 금융회사 간에는 딜레마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대출심사 기준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은 모든 서민금융 제도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sommoyd@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