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주가 상반기 수모를 인수·합병(M&A) ‘붐’으로 만회할 조짐이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의 M&A를 목적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서류회사(paper company)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우증권스팩은 전 거래일보다 0.26% 오른 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11일 보합을 제외하고 6거래일 동안 상승한 바 있다. 그 덕분에 시초가보다 7.04% 증가한 종가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스팩1호도 시초가 1770원보다 29.09% 상승한 2285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한스팩1호 역시 시초가대비 11.69% 올랐다.
스팩은 처음 등장했을 때는 ‘투자 광풍’을 일으켰지만 최근엔 거품이 빠졌다. 지난 3월 시장에 등장한 스팩은 그 당시에 일반 청약률이 100대 1을 넘을 정도였다. 이때 스팩은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공모가 대비 41.6~154.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인기에 편승해 급조된 스팩이 나오는 등 비슷비슷한 스팩이 가세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스팩 설립 등기를 마친 곳이 18곳에 달할 정도다. 이에 히든챔피언스팩1호는 스팩 사상 처음으로 최종 경쟁률이 0.66 대1에 그치며 미달됐다.
하지만 하반기에 M&A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되어 스팩주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공모가 부근까지 떨어진 스팩의 안정성도 거들고 있다. 신영증권과 한화증권의 스팩은 공모자금 100%를 은행에 예치해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
오주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연고점 수준에서 거래되면서 M&A 실패 시엔 공모가 수준에서 투자원금 대부분을 돌려주는 스팩의 안정성이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단 매물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M&A 외에 규앤에스 등 중소기업들도 덩치를 키우기 위해 M&A를 추진 중이다. 최근 국내 M&A 시장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등 ‘큰 장’이 섰다.
이와 함께 스팩도 하반기에 강력한 M&A 테마를 형성할 것이란 것이 증권사의 예측이다.
홍현기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시가총액 20위권의 알만한 종목들이 하루에 오를 때는 3~4%까지 오르는데 스팩주들은 성과를 기다리는데 최소 5~6개월은 기다려야 하니 주목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M&A가 가시권으로 들어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며 "공모가 보장으로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있다는 것과 향후 M&A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스팩은 투자매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최근 스팩들의 투자 조건이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3월 상장한 스팩 중에서는 이르면 내달 중 M&A 논의가 시장에서 부각될 수 있어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 위주로 기회를 노리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스팩은 M&A 성사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역량도 고려하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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