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욱·박재홍 기자)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 간 당·정·청 관계에서 불협화음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새 지도부 구성 후 '당·청 관계 재정립'을 주문했음에도 청와대와 행정부의 일방적 일처리 방식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강도 높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당이 발끈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청와대·정부가 당과 사전협의 없이 민심에 역행하는 일련의 정책들을 발표했고 그 부작용에 대한 뒷수습을 당이 해야 한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19일 "잘하면 모르겠는데 거의 민심에 역행하는 일을 한다. 인사도 그렇고 발표한 정책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앞으로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또 따질 것은 따지고 새로운 당정관계가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 의장은 앞서 지난 17일 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 "과거 경축사의 경우 사전에 당으로부터 의견을 듣는데 사실상 이번에 그런 과정이 없이 현장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이나 사전의 당과 이번 경축사의 키워드가 뭐냐 등이 사전의 협의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가 '젊은 내각'이라고 주장했던 '3기 내각'은 후보자들의 각종 비리가 불거지면서 당에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장관에 대한 평가를 당에서 실시,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 행정고시 폐지안, 통일세 제안, 담뱃값 인상 등 인화성 짙은 정책들이 당과 협의 없이 발표된 것이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 최고위원은 행정고시 폐지에 대해 "서민 자제 (앞에 놓여진)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치워버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 계층 재생산 구조"라고 지적했다.
친박계 중진인 이경재 의원도 “통일세나 행시 폐지안이 의도는 좋을지라도 발표 방식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08년 국무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그리고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고위당정회의가 연 11회가 개최됐다. 매월 한 차례 꼴로 당·정·청이 대화를 가진 셈이다.
하지만 고위당정회의는 2009년엔 5회로 줄어들었다. 올해엔 상반기에만 1차례 개최됐으며 안상수 대표 취임 이후엔 아직 열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이, 친박 모두 청와대와 정부의 일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쌓여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청 관계의 재정립은 사실상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데 '친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8ㆍ8개각에서 드러나듯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꿀 뜻이 없어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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