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식을 차곡차곡 사들이고 있다. 5월부터는 매월 1조원씩을 순매수 중이다.
일반적으로 연기금은 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주가가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내는 수비형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증시가 단기 저점을 찍고 반등에 나선 5월부터 공격적으로 샀다. 강세장에 '베팅'하는 공격형으로 투자 패턴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공격수'로 변신한 이후로 수익률도 양호하다. 외국인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아닌 '연기금 따라잡기' 전략까지 나올 정도다.
◆"과거와 다르다"…최대·최장기간 순매수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올해 들어 이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누적 순매수는 5조6450억원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8년 7월 이후로 8개월째 순매수한 것은 2007년 12월부터 2008월 7월까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순매수 규모는 4조881억원이었다.
2008년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주가가 하락하던 시기다. 연기금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불거진 2008년 9월부터 다시 주식을 사들이다가 지난해 상승장에서는 줄곧 팔았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5월 하순부터 매수 강도를 높였다.
연초에는 매월 3000억~4000억원을 순매수하다가 5월 9669억원, 6월 9283억원, 7월 1조156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에도 3주 동안 8357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5일 하루를 빼고 연일 사들였다.
전통적인 '수비수' 전략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내다보고 꾸준히 사고 있다는 얘기다.
누적 순매수에서는 외국인이 8조원대로 연기금보다 많지만 외국인은 월별 변동성이 크다. 사실상 확신을 갖고 한국 증시를 사들이는 주체는 연기금이 유일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은 6월 이후 기조적인 순매수로 돌아서고 있고, 이미 시장(강세장)에 길들여졌다"며 "기본적으로 장을 좋게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쇼핑리스트, 外人 수익률 압도
최근 강세장에서 수익률도 우수하다. 절대적인 참고 모델로 인식되는 외국인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20일까지 연기금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단순평균 주가수익률은 12.78%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54%)의 3배에 육박한다.
이 기간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20개 종목은 평균 수익률이 5.90%로 연기금 '성적'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 상반기(1~6월) 외국인과 연기금이 엇비슷한 성적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반기 순매수 상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에서는 외국인이 14.20%로 연기금의 12.80%에 조금 앞섰다. 월별로는 1월과 3월, 4월, 6월에 연기금이 외국인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소외 종목에 집중한 게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연기금은 5월까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현대차 등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대형주들을 주로 사들였지만 6월부터는 철강, 조선, 건설, 화학 등을 많이 사들였다.
7월 이후로 삼성중공업은 14.50%, 대우조선해양은 20.80%, 현대제철은 22.23%, 현대건설은 20.63%, OCI는 39.9% 급등했다. 모두 연기금 매수 상위 10위에 포진한 종목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4분기, 빠르면 3분기 말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조선에 주목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종목은 고르게…"시장 전반을 산다"
연기금이 핵심 매수 주체로 부각하고 수익률도 양호하다 보니 연기금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연기금이 기조적인 매수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주식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식화한 상황이다. 앞서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 16.6%에서 내년 18%로 늘리는 내용의 '내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안'이 의결된 바 있다.
위세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목표인 16.6%를 채운다고 가정하면 올해에만 8조원 가량 추가적인 매수 여력이 있다"며 "연말까지 자금을 집행하면 하루 800억원씩 매수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이 계속 매수에 나서더라도 '연기금 따라하기'가 높은 수익률로 이어질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연기금은 5~10년 중장기 투자를 전제로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인다. 길어야 1~2년을 내다보는 중단기투자와는 시계(視界)가 다른 셈이다. 장기투자가 아니라면 연기금을 추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남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장기투자자이다 보니 일시적으로 업황이 나쁜 업종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점에서는 금융도 업황이 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연기금은 포스코(1994억원)와 LG(1263억원)에 이어 신한지주(1162억원), 우리금융(1090억원)을 많이 사들였다.
역발상으로 연기금이 사지 않은 저평가 우량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종전에 사지 않았던 종목들이 최근에는 연기금의 포트폴리오에 들어오는 움직임"이라며 "투자 종목군이 다이나믹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을 산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인덱스처럼 고르게 종목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김중원 연구원은 "연기금 투자는 특정 종목보다는 시장 전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활약이 눈부시다.
올해 들어 주식을 차곡차곡 사들이고 있다. 5월부터는 매월 1조원씩을 순매수 중이다.
일반적으로 연기금은 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주가가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내는 수비형 전략이다.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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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증시가 단기 저점을 찍고 반등에 나선 5월부터 공격적으로 샀다. 강세장에 '베팅'하는 공격형으로 투자 패턴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공격수'로 변신한 이후로 수익률도 양호하다. 외국인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아닌 '연기금 따라잡기' 전략까지 나올 정도다.
◇"과거와 다르다"…최대·최장기간 순매수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올해 들어 이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누적 순매수는 5조6천450억원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8년 7월 이후로 8개월째 순매수한 것은 2007년 12월부터 2008월 7월까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순매수 규모는 4조881억원이었다.
2008년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주가가 하락하던 시기다. 연기금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불거진 2008년 9월부터 다시 주식을 사들이다가 지난해 상승장에서는 줄곧 팔았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5월 하순부터 매수 강도를 높였다.
연초에는 매월 3천억~4천억원을 순매수하다가 5월 9천669억원, 6월 9천283억원, 7월 1조1천56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에도 3주 동안 8천357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5일 하루를 빼고 연일 사들였다.
전통적인 `수비수' 전략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내다보고 꾸준히 사고 있다는 얘기다.
누적 순매수에서는 외국인이 8조원대로 연기금보다 많지만 외국인은 월별 변동성이 크다. 사실상 확신을 갖고 한국 증시를 사들이는 주체는 연기금이 유일하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은 6월 이후 기조적인 순매수로 돌아서고 있고, 이미 시장(강세장)에 길들여졌다"며 "기본적으로 장을 좋게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쇼핑리스트, 外人 수익률 압도
최근 강세장에서 수익률도 우수하다. 절대적인 참고 모델로 인식되는 외국인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20일까지 연기금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단순평균 주가수익률은 12.78%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54%)의 3배에 육박한다.
이 기간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20개 종목은 평균 수익률이 5.90%로 연기금 '성적'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 상반기(1~6월) 외국인과 연기금이 엇비슷한 성적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반기 순매수 상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에서는 외국인이 14.20%로 연기금의 12.80%에 조금 앞섰다. 월별로는 1월과 3월, 4월, 6월에 연기금이 외국인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소외 종목에 집중한 게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연기금은 5월까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현대차 등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대형주들을 주로 사들였지만 6월부터는 철강, 조선, 건설, 화학 등을 많이 사들였다.
7월 이후로 삼성중공업은 14.50%, 대우조선해양은 20.80%, 현대제철은 22.23%, 현대건설은 20.63%, OCI는 39.9% 급등했다. 모두 연기금 매수 상위 10위에 포진한 종목이다.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4분기, 빠르면 3분기 말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조선에 주목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종목은 고르게…"시장 전반을 산다"
연기금이 핵심 매수 주체로 부각하고 수익률도 양호하다 보니 연기금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연기금이 기조적인 매수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주식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식화한 상황이다. 앞서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 16.6%에서 내년 18%로 늘리는 내용의 '내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안'이 의결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위세정 연구원은 "연말 목표인 16.6%를 채운다고 가정하면 올해에만 8조원 가량 추가적인 매수 여력이 있다"며 "연말까지 자금을 집행하면 하루 800억원씩 매수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이 계속 매수에 나서더라도 '연기금 따라하기'가 높은 수익률로 이어질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연기금은 5~10년 중장기 투자를 전제로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인다. 길어야 1~2년을 내다보는 중단기투자와는 시계(視界)가 다른 셈이다. 장기투자가 아니라면 연기금을 추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이남용 연구원은 "연기금은 장기투자자이다 보니 일시적으로 업황이 나쁜 업종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점에서는 금융도 업황이 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연기금은 포스코(1천994억원)와 LG(1천263억원)에 이어 신한지주(1천162억원), 우리금융(1천90억원)을 많이 사들였다.
역발상으로 연기금이 사지 않은 저평가 우량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HMC투자증권 김중원 연구원은 "종전에 사지 않았던 종목들이 최근에는 연기금의 포트폴리오에 들어오는 움직임"이라며 "투자 종목군이 다이나믹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을 산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인덱스처럼 고르게 종목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김중원 연구원은 "연기금 투자는 특정 종목보다는 시장 전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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