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국내는 물론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기대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M&A 규모는 금융위기 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M&A가 통상 기업의 자금여건 개선을 의미해 증시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예고된 국내 M&A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등이다.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하반기에 대거 몰려 있어 그동안 유래가 없던 '빅딜'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도 M&A 시장 규모가 작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9일 인텔이 보안 솔루션업체 맥아피를 7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블룸버그는 8월 미국의 M&A규모가 연내 최고인 28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 연내 최대 M&A 규모인 2003억 달러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인텔뿐 아니라 세계 3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튼은 세계 최대 비료업체인 포타쉬코프 오브 사스캐처원에 390억 달러의 인수를 제안한 바 있다. 베단타리소시즈는 카이른인디아를 인수할 예정이다.
미국의 M&A는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었지만, 최근 기업들이 비축해 둔 현금 규모가 다시 커지면서 M&A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해외 M&A도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은 올들어 해외 기업 인수활동에 1327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이며, 지난 2008년 같은 기간의 1427억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M&A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달 중순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이후로 주가가 약 28% 오른 상태다. 한화케미칼도 세계 4위의 태양광 업체인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49.9%를 3억7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 24% 이상 상승했다.
최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간의 인수 경쟁이 예상되는 현대건설은 지난 5월 말 저점 대비 50% 이상이 급등했다.
이러한 국내외 M&A의 활성화는 글로벌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M&A의 재개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포함한 자금여건이 개선됐음을 의미하며, 낮은 수준의 금리로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M&A의 증가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둔화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고, 향후 회복을 감안해 생산을 증가시키려는 의지로 판단된다"며 "이는 향후에 설비투자가 완만하게나마 개선될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또 "설비투자의 증가는 미국경기의 중심인 고용시장의 회복세에 기인할 것이고, 이로 인해 경기는 선순환 흐름에 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투자는 경기가 좋을 때 '질러버리는' 경기민감 소비라고 할 수 있다"며 "M&A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게 쳐주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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