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넷째주 화제의 책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 앙드레 콩트 스퐁빌 / 생각의 나무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다. 1990년 초까지는 세계는 사회주의의 양 체제가 경쟁하는 판세였으나,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를 기점으로 전세계는 자본주의 질서 속에 편입됐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현실적인 삶으로 사적 소유와 시장 등을 근간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효율적 부를 생산하지만, 폐단도 함께 나타난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져 간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진 비판을 받았지만 일각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그림자가 짙었기 때문이다.

저자 콩트 스퐁빌은 만약 ‘윤리적인’와 ‘비윤리적인’라는 두 수식어에서 자본주의와 어울리는 것은 ‘비윤리적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본주의는 완전하게 윤리와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즉, 자본주의는 윤리적이지도 비윤리적이지도 않다. 단지 수식어로 표현하자면 비윤리적인 쪽이 가깝다는 것이다.

책은 ‘팡세’를 쓴 파스칼의 차원 개념을 도입해 자본주의를 기술·과학적 차원, 법·정치적 차원, 윤리의 차원, 가치의 차원으로 구분한다. 저자는 ”계산에는 윤리가 없고, 물리학에도 윤리가 없고, 기상학에도 윤리가 없다, 따라서 경제학에 윤리학을 바랄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에 윤리를 요구하는 것은 차원의 혼돈에 빠져있는 것이다. 차원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에 빠질 때 우스꽝스러움과 독재가 발생한다.

자본주의가 윤리적이지도 비윤리적이지도 않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윤리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기술 과학적 차원에 속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네 차원들은 일종의 서열을 갖는데, 이때 상위의 차원이 하위 차원에 한계를 설정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따라서 기술·과학적 차원의 경제학(자본주의)은 상위의 차원인 법·정치적 차원에 의해 경계가 설정되거나 단점이 보완된다. 때문에 자본주의는 윤리적이지도 비윤리적이지도 않지만 개인의 행위에 따라 윤리적인 면을 띨 수 있다.

책은 청중을 향해 저자의 날카로운 질문들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중의 질문의 응수하며 저자의 논지를 더욱 강화하고 보완한다. 예컨대 세계화 미국의 헤게모니 프랑스에서 민감한 좌우 문제, 주식시장, 복지국가 등의 현안에 대해 뚜렷한 논지를 전개한다. 책은 결국 자본주의가 낳은 지금의 사태를 냉정하게 직면하자는 것이다. 괜한 기대나 환상을 넘어서야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할 수 있다. 프랑스의 장중한 지적 전통을 기반으로 현상을 풀어내는 저자의 논리 전개가 기발하고 따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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