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김유경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한달 반 만에 사라졌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 속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고채 등 채권금리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3.57%로 마감됐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후 3.98%까지 상승했지만 이내 하락 반전한 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7월 이전부터 시장금리가 많이 오른 상태였다"며 "이달 들어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고채 매수를 늘려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커지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시장금리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비교적 안전한 국내 채권에 대한 매입 수요가 증가하면서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이 외환보유액 운영을 다변화하기 위해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 유럽자금도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금리 하락은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들의 채권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조달비용이 절감돼 수신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0.05~0.15%포인트 가량 인하됐다.
수신금리와 함께 여신금리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4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0.30%포인트 내렸고, 신한은행도 '신한희망대출' 금리를 최고 1.0%포인트 인하했다.
특히 은행권의 우량대출 확대 방침까지 맞물리면서 여신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팀장은 "하반기에도 여신 리스크 관리는 이어지겠지만 우량 대출자를 중심으로 신규 대출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예대마진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월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금리와 글로벌 채권금리 간의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익 극대화 차원에서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시중금리 하락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전 수석연구원은 "9월 중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단기 채권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어도 시장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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