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CEO의 딜레마…"현금 풀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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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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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둔 현금자산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현금을 풀자니 향후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현금을 쌓아 놓고 있자니 전례를 찾기 어려운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25일(현지시간) 바닷속에서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이내 죽어버리는 상어처럼 현금을 쓰지 않는 기업은 죽은 것과 다름없지만 이중침체(더블딥)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기업가들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美 기업 자사주매입 규모(왼쪽)/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현금 보유액 <출처:WSJ>
기업가들이 최근 현금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무엇보다 현금자산이 여느 때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더블딥 우려와 정부 규제 방향의 불확실성으로 현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두둑한 현금자산만큼 든든한 버팀목도 없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레이트거스리서치파트너스의 설립자인 제이슨 트렌너트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들의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근 4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현금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렌너트는 "기업들은 이제 성장세 둔화를 감수하거나 현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캐런 피널만 매트로폴리탄캐피탈어드바이저스 펀드매니저도 "CEO들이 산더미처럼 쌓아둔 현금자산 탓에 기업 안팎으로부터 받는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인수합병(M&A), 자사주매입, 배당 등을 통해 현금자산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현금을 풀기 시작했다. 인텔, BHP빌리턴, 휴렛팩커드(HP)등 대기업들이 글로벌 M&A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CNBC는 기업들이 앞다퉈 M&A에 나서고 있는 것은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주택시장과 고용시장 침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더블딥 우려도 가라앉지 않고 있어 현금을 완전히 풀 수도 없어 현금자산은 CEO에게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현금을 부지런히 쌓아둔 CEO는 제2의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극찬받을 수 있겠지만 경기가 급격히 회복될 경우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 무능한 CEO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도 CEO가 현금을 쌓아두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티브 코르테스 베르라크루즈리서치 사장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정부의 제로금리 정책은 기업들의 현금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속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서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고 신용경색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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