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기업인의 실수는 일반인의 실수와 격이 다르다. 작은 실수 하나가 기업 실적을 죄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최고경영자(CEO)도 한둘이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불량한 언행으로 망신 당한 CEO들을 소개했다.
멕 휘트먼 전 이베이 회장 |
당시 그는 피해자와 20만 달러에 합의하고 법원행을 모면했고 사건은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이 사건이 대중에 공개돼 휘트먼은 곤경에 처했다. 뉴스위크는 "휘트만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선에서 경쟁자를 밀치고 있다"고 비꼬았다.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CEO는 2001년 미국 역사상 최대 기업 회계부정 사건으로 24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의 급한 성격과 막말을 즐기는 입버릇이 화를 키웠다. 뉴스위크는 그가 엔론의 회계장부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에게 '등신(ass hole)'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마크 허드 휴렛팩커드(HP) 전 CEO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혐의를 받아오다 제 풀에 지친 경우다. 그는 과거 HP 협력업체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자체 조사를 받아오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전격 사퇴했다.
그는 사퇴를 발표하는 성명에서 "신뢰와 존경, 진실이라는 HP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리더로서 HP에 남아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HP 이사회는 허드가 성희롱 관련 사내 규정을 위반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다면서도 비용처리와 관련해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사의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보안장비 제조업체인 타이코를 이끌었던 데니스 코즐로스키는 회삿돈을 흥청망청 쓰다 덜미가 잡혔다. 그는 2005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공금을 개인적으로 탕진한 혐의로 7000만 달러의 벌금과 최고 24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공금으로 2200 달러 짜리 금도금 쓰레기통, 6000 달러 짜리 샤워커튼, 할리데이비슨 3대, 비행기와 헬리콥터 등을 구입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 아내의 4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데만 회삿돈 1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CEO들은 스캔들 메이커로 유명하다. 일례로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미국인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토니 헤이워드는 전임자인 존 브라운에 비하면 양반일 정도다.
브라운은 개인적인 연애사로 41년간 몸 담았던 BP에서 퇴출당했다. 그는 자신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하려고 했던 연인의 입을 막기 위해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이 드러나 CEO 자리에서 하차했다.
당초 그는 2005년 텍사스시티 정유공장의 화재사건과 이듬해 알래스카 유전누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연애사가 드러나면서 퇴임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물론 거짓 진술을 했다는 멍에도 쓰게 됐다. 이후 브라운은 전 남자친구를 만난 곳이 공원이 아니라 남성매춘부 중개사이트였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뉴스위크는 학자금 대부업체인 샐리매의 알버트 로드, 보잉의 해리 스톤시퍼, 건축자체업체인 홈디포의 로버트 나델, 미디어업계 대부인 섬너 레드스톤 등을 망신살 뻗친 CEO로 소개했다.
로드는 전화회의에서 회사재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스피커버튼을 누른 채 "도망쳐야 할텐데"라고 말해 임원들의 신뢰를 잃었고 나델은 2400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에 불만을 표출했다 회사에서 쫓겨났다.
레드스톤은 걸그룹에 집착한다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취재원을 알려달라는 내용의 음성메시지를 남긴 것이 문제가 됐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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