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럽에서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독일이 재정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일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국가들에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독일과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국채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이들의 자본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독일 국채 금리 스프레드 추이(출처:FT-톰슨로이터) |
그 결과 독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독일 국채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그리스나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라 독일 국채와의 금리 스프레드 역시 크게 확대됐다.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할 웃돈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10년 만기 아일랜드 국채와 독일 국채간 금리 스프레드는 연초 145베이시스포인트(bpㆍ1bp는 0.01%포인트)에서 최근 사상 최고인 357bp로 상승했고 10년물 스페인 국채의 경우에는 57bp에서 192bp로 뛰었다. 포르투갈 국채 역시 67bp에서 333bp로 5배 가까이 급등했다.
그리스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지만 향후 2년간 채권시장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 그나마 걱정을 덜었다.
독일과 재정위기국 국채간 금리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은 단순히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은 물론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부담 역시 커진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강도 높은 긴축으로 고전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이 받는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존 레이스 벵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글로벌리서치 채권 투자전략가는 "경제 구조가 취약한 아일랜드와 스페인 등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독일보다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수출 호조에 힘입어 독일 경제가 성장할 수록 이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독일과 유로존 일부 국가 국채간 금리 스프레드가 최근 크게 벌어진 것은 독일 국채 금리가 너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전날 사상 최저치인 2.09%로 추락했지만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스페인 국채 금리는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날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는 4.02%를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2007년 7월에는 5%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10년 만기 아일랜드 국채 금리 역시 최근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로 매도세가 이어져 상승세를 탔지만 1990년대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데이비드 로이드 M&G인베스트먼트 기관투자 부문 대표는 "독일과 유로존 일부 국가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매우 크지만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는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자금 조달 부담이 아니라 부채 상환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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