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첫날, 여야 ‘강성종 체포동의안’ 기 싸움

1일 국회 본회의 보고.. 4일까지 표결 않으면 자동폐기
한나라 “법·원칙 따라 처리” 민주 “불구속 수사했으면..”

(아주경제 장용석·차현정·박재홍 기자) 여야가 정기국회 첫날부터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바로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강성종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 때문이다.

강 의원은 자신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신흥학원의 학교 교비와 국고보조금 등에서 무려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검찰로부터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는 상태.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인정받기 때문에 법원이 영장 발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13일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으며, 국회는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회식과 함께 진행된 본회의에 이를 보고했다.

현행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해야 하며, 이 시한이 지나면 자동 폐기된다. 때문에 강 의원 체포동의안의 처리시한은 오는 4일 오후가 된다.

한나라당은 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더 이상의 ‘방탄 국회’는 없다”며 적법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 반면 민주당은 아직 동의안 처리시한이 남아 있는 만큼 당내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본회의 표결에 앞서 체포동의안의 상정 여부는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해 결정토록 돼 있으나, 만일 민주당이 끝까지 동의안 처리를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회의가 열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의 협조를 구해 이르면 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강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 이날 국정감사 등 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위해 열린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담에서도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군현 한나라당 부대표가 “(민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3명을 낙마시켰다고 아무 것도 안 하려는 것 같다. 국민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고 지적하자, 박기춘 민주당 부대표는 “한나라당이야 말로 후보자 낙마에 대한 ‘분풀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되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강 의원은 사상최대의 사학비리를 저지른 만큼 국민정서를 바탕으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홍준표 최고위원은 “강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만큼 불구속수사가 바람직하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에 “당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야 입장과는 별개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돼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 2000년 이후 본회의에 올라온 18건의 체포동의안 가운데 표결에 부쳐진 8건은 무기명 투표임에도 모두 부결된 바 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강 의원 체포동의안 문제는 관심이 큰 사안이 만큼 별도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의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2일 국무총리실 결산보고를 위해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채민 총리실장에 대한 인사검증에 나설 예정이어서 여당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임 실장에 대해 “인사청문회 수준의 엄격한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총리실장은 청문회법상 청문 대상이 아닌 만큼 지나쳐선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무위 소속 우제창 민주당 의원 등은 총리실장의 최근 5년간 세금납부 내역과 전·출입내역 등을 제출해줄 것을 총리실에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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