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님, 작품에 스토리가 있을텐데 간단하게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난달 28일 과천시민회관. 금방 막을 내린 서울발레시어터 총감독 제임스 전의 ‘세레나데’를 보고 한 관객이 던진 질문이다.
그러자 안무가가 마이크를 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무용수들의 몸짓은 갈매기들의 날개짓이라고 보면 되요. 인간이 태어나서 살다가 결국 죽는 과정을 아침부터 밤 그리고 새벽에 비유했죠.”
‘안무가와의 대화’는 이른바 ‘몸짓언어’라 불리는 현대무용을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울발레시어터가 마련한 시간이다.
1985년 창립한 서울발레시어터는 창작발레를 지향하는 민간 발레단이다. 정부지원을 받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틈바구니에서 전막 발레 10여 편과 단막 작품 70여 편을 창작해 현대 무용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듣는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에서 국내 최고 안무가로 거듭난 제임스 전 한국체육대교수와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출신 김인희 단장이 만나 ‘창작발레를 수입만하지 말고 해외에 한번 수출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지 벌써 15년. 서울발레시어터는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오는 10~11일 운현궁에서 ‘궁, 발레랑 노닐다’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최근 국립현대무용단이 출범하는 등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현대무용이 갈 길은 너무나 멀다.무엇보다 현대무용의 예술성과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도 네바다발레시어터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정도로 서울발레시어터가 창작한 작품들은 예술적 가치가 높다.
하지만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 민간 발레단이 수십편의 작품을 해외에서 수출하는 경우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해외에서 국내 무용수에 대한 연구를 하고 논문이 나올 정도”라고 말하던 한 무용계 인사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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