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현 정권은 '빚 권하는 정부'다.
희망홀씨대출, 전환대출, 미소금융, 햇살론 등 각종 서민금융 정책에서부터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일시 폐지에 이르기까지 정부 당국의 모습은 돈을 빌려주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으로 보인다. 이들 서민금융정책의 한결 같은 정책 목표는 몇 만명에게 몇 억원의 자금 대출됐느냐다.
물론 완전히 그른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충분히 성실하게 부채를 갚아나갈 능력이 있음에도 제도권 대출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저리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숲을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문제의 핵심은 서민들이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 없다면 빌려가라는 게 과연 현명한 해결책일까. 당장은 연명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할 돈이다. 일종의 돌려막기만 부추기는 것이다. 이미 가계부채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우선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일자리가 많아지지 않는다면 서민금융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금융기관이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이유는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집을 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채를 떠안기는 것보다 우선돼야 할 게 상환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서민들의 빚 갚을 능력은 계속 떨어지는데 부채만 는다면 서민금융 자체가 카드대란처럼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금융으로 풀 문제와 복지로 풀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운동하면 건강해지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서민금융은 병들어 누워있는 환자에게 운동하면 건강해질 것이라고 안일하게 이야기한다. 건강해질 때까지 약이 필요하다.
신용등급 9·10등급이 햇살론 대출을 많이 받지 못했다는 건 문제가 아니다. 최하위 신용등급과 최하위 소득계층에게는 서민금융이 아니라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나가는 정책성 자금을 눈 먼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빚은 권할 게 못 된다. 저축을 권하는 정부가 될 수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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