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대표팀의 핵은 양동근(29.모비스)이다.
전태풍(30.KCC)과 경쟁 끝에 대표팀 포인트 가드 자리를 꿰찬 만큼 능수능란한 경기 조율로 위기에 처한 한국 농구에 숨통을 틔워야 하는 중책을 맡은 것.
양동근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통합 챔피언 타이틀을 함지훈(26.상무)과 합작해 아이 아빠답지 않은 경기력을 뽐냈다.
소속팀 울산 모비스의 로스앤젤레스 전지훈련에 참가한 양동근은 14일(이하 한국시간) 팀 수비 훈련과 개인 슈팅 훈련을 마친 뒤 한참 동안 많은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전태풍이 결국 대표팀에서 빠진 데 대해 양동근은 "글쎄요. 감독님 선택이 옳을 것이라고 봐요"라고 말문을 열며 '수비 농구' 마스터 플랜을 짜둔 대표팀 유재학 감독의 승리 방정식에 힘을 실었다.
한국농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이후 2006 도하 대회에선 5위, 세 차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결승 진출에 내리 실패하며 곤두박질 쳤다.
한국 농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에 대해 양동근은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양동근은 "분명 형들(2002년 우승 당시 대표팀)이 잘하긴 했죠. 하지만 제 생각엔 우리가 크게 뒤처진 게 아니라 중동 국가들이 너무 세져서 상대적으로 한국 농구가 퇴보한 것처럼 보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중 국적을 허용해 선수층 불리기에 성공한 중동팀들 때문에 한국이 아시아에서 예전의 위상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한국 나이로 서른. 11개월 된 아들(진서)의 아버지이기도 한 양동근은 마침 이날 생일을 맞았다.
타지에서 서른 살 생일 케이크를 받게 된 양동근은 "글쎄요. 뭐랄까. 서른이 되고 아이도 생기다 보니까 생각이 많이 달라져요. 매사에 쉽게 선택을 못 하겠더라고요. 또 나도 누군가에게는 최고다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게임에 지고 나서도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게 되던데요"라고 말한다.
이어 "예전에는 게임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했었지만 이젠 즐기는 농구를 하고 싶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하는 것이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아요"라는 말로 생일 소감을 전했다.
우스갯소리도 한 마디 섞었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 목표는 은메달입니다. 금메달을 따고는 싶지만 억울해서 안되겠어요"
양동근은 준우승으로 대표팀 체면은 살리되 함지훈(상무)과 오세근(중앙대) 등 군미필자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방성윤(28.SK)과 김승현(32.오리온스)이 각각 병역 면제 혜택을 우승 보너스로 받았지만, 자신은 2006 도하 대회에서 대표팀이 5위에 그치는 바람에 군대에 다녀와야 했던 한(恨)이 아직 사무친 탓이었다.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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