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부동산 매매시장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반면 주택 전세시장의 가격 상승이 커지면서 이사철을 맞아 전셋집을 구해야하는 세입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자고 나면' 오르는 전셋값에 서울 전세수요가 수도권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서울 일부지역이서 시작된 전세가 상승세가 빠르게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부동산 밀집 상가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세물건을 찾는 문의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당장 (물건을 보러) 올 거 아니면 어렵다"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이 상가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오를 정도로 매물이 나오면 거의 하루 이틀 안에 계약이 이뤄진다"며 "집을 보고 싶어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집을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잠실 엘스 아파트 109㎡의 전세값은 2년 전보다 1억3000만~1억5000만원 가량 올라 4억~4억2000만원이다. 하지만 매물로 나오기만 하면 그 즉시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은 더 올라간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J공인 관계자는 "2년 전보다 50% 이상 올랐을 정도로 전세값이 치솟고 있지만 대다수의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버티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세입자가 떠나는 집 외에는 물건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잠실 리센츠 아파트 109㎡에 거주하던 최모(37·여)씨는 너무 올라버린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분당으로 이주했다. 최 씨는 "당시 전세금으로는 재계약이 어려운 데다 대출을 받을 형편이 못 돼 분당으로 옮겼다"며 "하지만 분당 역시 가격도 오르고 물건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세가 상승은 빠르게 수도권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분당 서현동 시범한신아파트 106㎡는 연초보다 3000만~4000만원 가량 올랐으며, 용인 지역도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가가 한 달 새 2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광명시에서도 올 초 대비 최고 1억원이 오른 단지가 등장하고 있어 전세집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철산동 G공인 관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1억7000만원이었던 하안동 대림아파트(109㎡)가 현재는 2억6000만~2억7000만원까지 올랐지만 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며 "오죽하면 전세 대기자 목록을 작성해 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 6~7년 간 신규 공급이 뜸했던 지방시장에서도 심각한 전세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그동안 전세가 상승은 수요 공급 불균형으로 나타났지만, 올해는 집값 하락 기대감으로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이 줄어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또 수도권 외곽지역의 경우에도 입주물량은 많지만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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