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사정에 맞는 축구를 준비하고 있다"(윤성효 수원 삼성 감독)
"그라운드 사정이 좋든 나쁘든 평상시대로 플레이할 것이다"(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
지난 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 일화와 프로축구 K-리그 원정경기(0-0 무승부)를 치르고 나서 윤성효 수원 삼성 감독은 "축구가 아니라 럭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엉망이었던 탄천종합운동장의 그라운드 사정 때문이었다.
탄천종합운동장은 고온다습한 기후에 약한 양잔디가 깔려 있는데 이번 여름 계속된 폭염과 많은 비를 견디지 못하고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성남과 수원은 15일 오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르는데 그라운드 사정이 여전히 승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와 성남시시설관리공단은 현재 탄천종합운동장의 잔디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 전날인 14일에도 작업은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 전체의 40% 정도만 새 잔디가 깔렸다. 그라운드의 본부석 쪽과 페널티박스 안쪽만 정상을 회복한 상태고, 나머지는 군데군데 잔디를 얹어놓은 것거럼 맨땅이 훤히 드러나 있다.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양 팀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잔디가 주요 화제였다.
먼저 윤성효 감독은 "어제 경기장을 보고 온 코치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전과 별 차이가 없다더라. 거기에 맞는 축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패스게임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단번에 상대 진영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축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또 "원정경기인데다 잔디도 안 좋다. 성남이 열흘 가까이 경기가 없었다. 우리로서는 체력적 부담까지 안고 있다. 내일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한 경기로 시즌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경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신태용 감독도 "우리도 수원과 맞대결 후 한 번도 경기장을 밟아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좋은 플레이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어 "조건은 두 팀 다 똑같다. 우리는 평상시 플레이를 하겠다. 그라운드 사정이 안 좋다고 해서 그림이 큰 축구를 해서는 안 된다. 일단 선수들에게는 우리 플레이를 하면서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움직이도록 지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성남은 지난 1일 수원과 경기 후 그라운드 보수 작업 때문에 홈 구장을 사용해보지 못했다. 14일 훈련은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하고 왔다.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지만, 승리에 대한 두 감독의 욕심은 다르지 않았다.
윤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는 중요한 대회인 만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잘 준비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챔피언으로 가는 힘든 여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원은 워낙 강팀이고 전반기보다 많이 좋아져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지난 1일 수원과 붙어봤는데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비겨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수원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우리는 두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성남 선수로서 1996년 AFC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신 감독은 처음으로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아시아 정상에 올라보는 꿈까지 꾸고 있다.
신 감독은 "`최초'라는 것은 항상 기분 좋다. 기록은 깨지려고 있지만 그런 기록을 처음으로 세운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쁠 것이다. 꼭 해보고 싶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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