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일본 정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엔화 가치를 진정시키기 위해 15일 기습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금융시장으로부터 '종이호랑이'로 무시당하던 간 나오토 총리가 전날 민주당 대표로 재선되자마자 내린 특단의 조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3~2004년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다 환율을 잡는 데 실패했던 사례를 들어 6년 반만에 단행한 이번 조치도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간 총리 뿔났다…기습적인 시장개입
엔·달러 환율 추이(출처:로이터)
간 총리는 이달 들어 여러 차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전날 간 총리가 대표직에 유임되자 시장에서는 그가 엔고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엔ㆍ달러 환율은 15년여만에 최저치인 82.92 엔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간 총리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 시장에 개입했고 이날 엔ㆍ달러 환율은 85 엔 선으로 급등했다.
이날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사실을 확인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엔화 매입 규모나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내다 판 엔화 규모가 1000억~3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가 개입 가능성 열려 있어"
시장 일각에서는 간 총리가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만큼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다 재무상도 추가적인 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둔 만큼 향후 개입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사키 토루 JP모건체이스 일본 법인 금리ㆍ환율 부문 대표는 "일본 민주당 경선 이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은 30%로 이전보다 두 배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간 총리가 전날 일본 민주당 경선 승리로 일단 정치적 안정을 공고히 한 만큼 시장 개입에 나설 여건이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바클레이스뱅크 수석 외환 투자전략가도 "간 총리가 (이번 경선에서 겨룬)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엔화 매각 방침에 선을 그어왔지만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내년 3월까지 35조 엔(4000억 달러) 상당의 엔화를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BOJ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2003~2004년 15개월간 내다판 엔화와 맞먹는 액수로 일본 정부 한 해 예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엔고가 대세…시장 개입 역부족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지난 2003~2004년 시장에 개입했던 사례를 들며 정부의 인위적인 엔고 저지가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엔고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했을 당시 그 효과는 며칠 혹은 몇 주에 그칠 정도로 단기적이었으며 특히 정부의 단독 개입은 장기적 효과를 거둔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BOJ는 당시 엔화를 내다파는 방식으로 15개월간 시장에 개입했다.
타나제 준야 JP모건 외환전략가는 "이번 개입 규모는 6년 전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외국 정부들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엔고라는 대세를 역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SNB)도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나섰다가 환율 변동성만 키운 바 있어 이번 일본의 외환개입의 효과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SNB는 지난 6월까지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15개월간 시장에 개입했지만 140억스위스프랑(135억달러)의 손실을 봤을 뿐 환율변동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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