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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2년] 엔진꺼진 세계경제 "내수부터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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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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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5.9%. 코스피 2년 9개월 만에 1800선 돌파. 외환보유액 2800억 달러 넘어서며 사상최대 수준. 환율 하락 추세 지속.

현재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견조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 '회복'이란 표현을 '성장'으로 바꿔도 될 정도다. 미국·중국(G2)의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처럼 국내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의 벗어났다는 평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유럽 등 세계경제를 이끌던 정통 강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극히 악화됐고 경기부양책도 약발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서구 선진국의 경기 퇴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며, 이에 따른 국제적 협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 같자 서구 선진국-이머징마켓 간 경기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동안 서구 선진국은 중요 소비자로서 이머징마켓의 성장을 도왔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성장이 당분간 제한될 것으로 보여, 제조업 기반의 한국 등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에 따라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고, 내수를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 그동안 등한시했던 이머징 마켓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한국경제, 공격태세로 전환

지난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탄탄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지난 2년 동안 수세를 취했다면 이제는 공격태세로 전환해도 좋을 정도다.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경제는 리먼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성장률이 전년 동기 -3.3%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4.3%, -2.2%로 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하면서 상승 전환한 뒤 4분기 6.0%, 올 1분기 8.1%, 2분기 7.2%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에 과감히 나섰던 영향이 컸으며, 이를 불씨로 민간의 자생력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 7월 중 광공업 생산은 수출 호조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5% 늘었고, 서비스업도 3.4% 증가했다. 소매 판매는 고용 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전년동월보다 8.6% 늘었다.

7월 설비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33.5%, 취업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47만3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59.1%로 전년 동월보다 0.5% 포인트 올랐다.

8월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6%, 수입은 자본재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29.3%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 등으로 국내 경기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다만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유럽 경제 "엔진 꺼지다"

지난 1985년 프라자 합의 이후 일본 경제가 쇄락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를 지탱하던 두 엔진(미국·일본) 중 하나가 꺼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란 엔진도 꺼질 위험을 보이고 있다. 한국 등 이머징마켓과는 달리 과도한 재정지출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서구선진국 경제의 회생 시점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회생되더라도 얼마나 높은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진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제법 살아나는 듯했던 미국 경제는 올 상반기 주요 부양책이 시한을 다하면서 자생력을 잃었다.

이에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다시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점차 약발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올 2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1.6%(전기대비 연율, 잠정치)로 하향조정됐다. 7월에도 개인소비지출이 전월대비 0.2% 증가했지만 개인소득은 정체됐고 8월 들어서도 소비지수 등이 이전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전망치도 7월 조사 때 2.8%, 8월에 2.7%이던 것이 9월에 2.4%로 더 떨어졌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8일 "최근 미국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며 "더블딥 가능성이 40%는 된다"고 말했다.

◆ 내수시장 성장이 해법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전 세계가 느낀 것은 더 이상 미국과 유럽의 재정적자로 세계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다.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의 국채는 절대 망하지 않으리란 막연한 신뢰도 깨졌다. 이들 국가와 해당 금융기관의 과도한 레버리지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데 따른 것이다.

더구나 이들 국가는 그동안 세계경제에서 주로 소비부문을 담당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소비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뾰족한 해법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이머징국가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한국경제는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또 전체 무역 비중에서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최근 내수시장 강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외경기 변동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내수시장을 가져야 성장도 일굴 수 있다는 논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일 경제 위기 2년을 맞아 만든 보고서에서 "신흥국들은 환율 유연화 정책을 바탕으로 내수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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