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일단 동반 4강 진출까지는 이뤘다.
한국이 17일 오전(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마라벨라의 매니 램존 스타디움에서 치른 나이지리아와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8강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6-5로 이겨 4강에 선착했다.
이어 북한은 같은 장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을 1-0으로 꺾고 4강 대열에 합류했다.
남북한이 FIFA 주관 대회에서 함께 4강에 오른 것은 남녀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는 남북한 사상 처음으로 FIFA 대회 결승에서 맞붙는 모습까지 기대할 만하다.
한국과 북한은 4강에서는 만나지 않는다. 한국은 스페인-브라질, 북한은 아일랜드-일본의 8강 경기 승자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남북한의 동반 결승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 대표팀은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8강에 올랐고, 이번에는 4강까지 나아가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대회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3으로 졌을 뿐 남아프리카공화국(3-1 승), 멕시코(4-1 승)를 꺾었고 나이지리아마저 제압하는 등 아기자기한 패싱게임과 확실한 골 결정력을 바탕으로 4강 티켓을 땄다.
나이지리아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북한을 3-2로 이긴 만만찮은 팀이다.
북한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축구의 세계적 강호다. 남자는 A대표팀이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통해 무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출전 꿈을 이뤘지만, 여자는 이미 세계무대를 호령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청소년대표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2006년 러시아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북한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대회 우승컵을 품었고, 2년 뒤 칠레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는 아쉽게 결승에서 미국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U-17 여자월드컵이 첫 걸음을 뗀 2008년 뉴질랜드 대회의 챔피언 자리도 북한의 몫이었다.
북한은 이번에도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독일을 8강에서 제압하면서 대회 2회 연속 우승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무려 22골이나 터트렸지만, 북한의 철벽 수비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북한은 독일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는 등 이번 대회에서 4골을 넣은 김금정(평양시)과 2골 1도움을 기록한 김수경(4.25) 투톱이 키 플레이어다. 북한이 8강까지 4경기에서 넣은 7골 중 6골을 둘이 책임졌다. 김수경은 이제 15세라 다음 U-17 월드컵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는 유망주다.
한국과 북한은 이번 대회 예선을 겸해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 이미 두 차례나 격돌했다.
조별리그에서는 김나리(현대정보과학고)와 여민지(함안대산고)가 득점포를 가동하고 북한 김금정이 두 골로 맞서 결국 2-2로 비겼지만, 결승에서 한국이 4-0으로 완승해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는 여민지와 김다혜(현대정보과학고)가 두 골씩 몰아넣었다./연합
ner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