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예상 속 투자 지속
-강한 체력 바탕으로 경쟁사 밀어내기?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최근 반도체 가격이 심상치 않다. 상반기만 해도 내년까지도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는 업계와 증권가의 예상이 몇 개월만에 어긋나고 있는 것.
24일 현재 1Gb DDR3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하반기에 비해 10.6% 하락한 2.08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4월 3달러를 넘어섰던 가격은 수개월만에 2달러 선까지 위협받는 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기존 반도체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반도체 사업에 11조원을 투자, 16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5년만에 신규 라인을 건설해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내년 업황이 불투명하다.
16라인에서는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20만장 이상의 반도체가 생산된다. 기존 물량에 신규 라인의 추가 생산, 여기에 30나노급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생산력 증대까지 이어지면 반도체 가격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지난 17일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반도체·LCD 경기에 대해 “조금 걱정하고 있다”며 “삼성도 경쟁력이 있지만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지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신규라인 투자 및 미세공정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쟁업체와 가격·물량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말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천수답식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요에 따라 실적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불황에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활용해 경쟁사를 밀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경쟁사가 퇴출되면 삼성전자는 독과점적 지위를 얻음으로써 가격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전자의 계산이 시장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4년전에도 삼성전자의 주도로 치킨게임이 시작돼며 모든 메모리 기업들이 애를 먹었지만 여전히 다수의 메모리 기업들이 생존했다”며 “이번에도 공급과잉이 예상되지만 과연 탈락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반도체는 국가기간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예상돼 소수 업체의 독과점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앞선 기술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과 원가경쟁력을 갖고 있는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을 뿐”이라며 “이를 치킨게임으로 보는 것은 과대해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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