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관광 재개' 속내 드러내
"내달 21∼27일 상봉일정 조정 가능성"
북측이 24일 남북 적십자간 2차 실무접촉에서 요구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다.
북측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각각 4차례씩 열린 실무접촉(전체회의)과 별도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사실상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특히 북측은 이날 별도접촉에서 금강산관광이 재개돼야 '금강산지구 내'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측이 상봉장소로 제안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이용하려면 금강산지구 내 동결.몰수 조치가 해결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북측은 금강산지구 내 모든 시설이 동결.몰수된 것이라고 주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금강산호텔이나 온정각 등 금강산지구 내 다른 시설을 이용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성사 가능성도 일축했다.
북한이 이처럼 금강산관광 재개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5.24조치 등으로 부족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약 150만달러(27만명)와 200만달러(34만명)를 기록했고, 2008년에도 7월 11일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약 120만달러(19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남측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빌미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관철함으로써 5.24조치를 무력화하는 한편,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호한 태도를 견지했다.
정부는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천안함 사태 이후 이른바 '5.24조치'로 일부 인도주의적 사안과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간 교류가 차단돼 있다.
이를 풀기 위해 정부는 북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북측이 '3대 선결과제'의 해결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성의있는 조치 없이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에 불응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고집할 경우 최악에는 1년여 만의 이산가족 상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 자체를 무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있다.
북한이 먼저 제의한 사안인데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작년 상봉 당시에도 공식적으로 문을 열지 않았던 이산가족면회소를 사용하기를 꺼렸지만, 결국 이를 일시적으로 활용하는 데 합의해서 단체상봉을 실시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키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남북 양측이 다음달 1일 추가접촉을 통해 상봉 장소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우리측이 제기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에 대해 북측이 10월 중순 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상봉 정상화 등 인도주의 사업 활성화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여기에는 물론 대규모 쌀 지원과 같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북측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날 최종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양측이 의견접근을 이룬 다음달 21∼27일에 실제 상봉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아졌다. 대신 남북한 추가접촉에서 일이 잘 될 경우 일정을 약간 조정할 수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 상봉과 별개의 문제로 별도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라며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절차가 있기 때문에 남북의 의견이 접근된 10월 21∼27일 일정도 다시 조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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