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28일로 예정됐던 이사회를 돌연 연기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직무정지를 당한 신상훈 사장을 대신할 직무대행을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사회 개최를 강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직무대행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들이 난색을 표한 것도 이사회 연기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오전 자료를 내고 사장 직무대행 선임 안건을 논의키로 했던 이사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차기 이사회 개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사외이사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대상자 폭을 넓힐 필요가 있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율하자는 의견이 많아 이사회를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배경은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반발이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이번 사장 직무대행 선임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사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한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직무대행을 선임하려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지난 이사회에서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에 찬성한 것은 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결정하자는 의미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응찬 회장 등 신한금융 경영진이 잇따라 무리수를 두면서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관계도 악화일로에 있다.
그 동안 라 회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년 동안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라 회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가 라 회장 측에 유리하게 나오더라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재일교포 주주들이 라 회장에게서 등을 돌린다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무대행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도 신한금융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고문(신한금융 사내이사)과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직무대행직 고사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 사장의 거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 직무대행직은 '독이 든 성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전성빈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이사들이 추석 연휴와 주말 동안 의견을 나눴지만 일부 후보자들이 고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직무대행 선임건을 논의할 이사회 개최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럴 경우 신한금융 수뇌부의 리더십은 또 한 번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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