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곡창지역의 하나인 장시(江西)성 푸저우(撫州)시는 매년 50억 근 가량의 곡물을 생산한다. 그 중 국가 수매에 20억 근 이상을 충당하고 나머지 30억 근 가운데 국영기업에 60%, 민영기업에 40%씩 판매해 왔다. 그러나 금년 들어 외자기업이 양곡시장에 가담하면서 곡식이 채 여물기도 전에 '수매 전쟁'이 벌어질 태세다.
◆ 일부 외자기업, 곡창지역에서 '사재기 전쟁' 벌려
수매 전쟁을 일으킨 회사는 Wilmar (China) International이라는 외자기업이다. 이들은 시가보다 kg당 2-3위안씩 웃돈을 주면서 닥치는 대로 곡물을 사들인다. 푸저우시 진시(金溪)현에서는 정부가 수매에 나서기도 전인 8월1일부터 올벼를 50kg당 98위안에 매입하고 있다. 이 가격은 정부가 정한 최저 수매가인 93위안 보다 5위안이나 비싸며 작년 같은 기간 장시성 수매가나 현재의 평균 시세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문제는 가격을 '무기'로 한 외자기업의 양곡시장 참여가 곡물가격을 대폭 인상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리궈샹(李國翔) 연구원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리 연구원은 곡물가격은 결국 수요와 공급관계에서 결정된다는 것과 외자기업은 일부 고가시장에 한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간 중국 곡물가격은 주로 수급관계의 영향을 받아 왔고 정부가 농민 보호정책을 지속적으로 편 결과 곡물시장은 상당히 안정된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자기업의 곡물시장 참여가 곡물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한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일부에는 국내기업의 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자기업은 보통 선진기술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장시성 내에는 현재 2000개 이상의 정미공장이 있는데 Wilmar (China) International社 같은 기업이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이들 국내기업들은 대부분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난창(南昌)현에서는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양질의 곡물을 외자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면 외자기업의 구매력은 3%에도 못 미친다. 장시성 양식국 조정처(調控處) 다이항성(戴杭生) 처장은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아직 일부 품목에 고가곡물 위주로 수매하는 외자기업은 전체 추곡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中 양식 자급률 95% 육박.. 양식안전 위협 안돼
현재 중국은 세계 경지면적의 10%에서 생산하는 곡물로 전세계 22%에 해당하는 인구의 양식을 해결하고 있다. 중국의 양식문제는 곧 전 세계의 곡물문제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는 외자기업의 곡물시장 참여가 중국의 곡물안전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한다. 비록 외자기업의 곡물시장 점유율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일단 이들이 옥수수와 쌀과 같은 대(大)작물 시장에서 일정한 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중국의 곡물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리 연구원은 비록 소수이지만 외자기업이 일단 곡물시장에서 통제력을 발휘하게 되면 중국의 양식안전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그들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낮고 주로 고가곡물 시장에 편중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곡물시장에 위협이 되기에는 이르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8월27일, 제11기 전인대(全國人民代表大會) 상무위원회 16차 회의에서 국가 발개위(發展和改革委員會) 펑산(彭森) 부주임은 "중국은 WTO의 규정을 기초로 외자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것이며 공정경쟁을 하도록 지도해 건전한 산업발전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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