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첫날 외부인사 단 1명도 참여 안해
뇌물수수 1년새 5배 급증… 청렴성 도마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서울지역 경찰이 최근 2년8개월간 8억원을 웃도는 금품을 챙겨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경찰청이 이번에는 인권실태 점검을 놓고 요식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청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인권관련 단체 관계자와 학계 등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대대적인 관할 경찰서의 인권실태를 점검하려 했으나 외부 단체들이 잇따라 불참하면서 인권실태 점검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판이다.
◇’그들만의 잔치’ 된 경찰청 인권실태 점검
경찰청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관련 시민 단체인 인권연대, 한국인권행동 등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만들고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경찰서 인권실태를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경찰관서 중 선별된 곳을 돌면서 지구대와 수사부서, 유치장, 교통사고 조사현장, 집회시위 대응현장 등 각 업무과정을 지켜보며 인권침해 요소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점검 과정에 불참키로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12일 “경찰의 애로 사항을 듣고자 하는 취지의 점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내부 논의 끝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실무진 입장을 경찰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를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경찰청이 일방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등 독단적 행보를 이어왔던 게 문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가 참여를 최종 결정하지도 않았는데도 경찰청이 참여단체 명단에 인권위를 포함시키면서 양측이 완전히 틀어졌다는 관측이다.
심지어 점검 첫날에 인권위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인사가 한 명도 참여치 않았다. 진단팀에 포함된 경희대 법대 서보학 교수와 인권연대, 한국인권행동 관계자들이 점검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인권실태 점검이 경찰청만 나선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인권위와 논의 과정에서 착오가 있기는 했지만 인권위 측에서 첫 면담 때 ‘나가보기는 하겠다’고 말해 참여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최종 확인을 안 한 부분은 있었다”고 해명했다.
외부 인사의 불참에 대해선 “점검 기간에 매일 외부인 한 명을 참여시키려 했지만 날짜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찰, 3년새 금품 8억원 이상 ‘챙겨’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뇌물수수로 징계받은 경찰관의 금품수수액이 1년새 4.7배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청렴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뇌물을 받아 징계처분된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의 금품수수액은 4억9280만원으로 2008년 1억464만원에 비해 370% 늘었다.
올해 8월까지 비리경찰 1인당 평균 금품수수액은 1012만원으로 2008년 436만원보다 132% 증가했다.
2008년부터 올 8월까지 비리경찰 133명이 적발됐으며 이들이 챙긴 금품은 8억7241만원에 달한다.
이 기간 징계 유형을 보면 사건청탁과 무마를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이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매매업소와 안마시술소에서 돈 받은 것이 46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업자에게 7700만원을 빌려주고 1270만원의 고리를 챙기거나 자동차를 받고서 피의자를 석방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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