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장기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 하락
주식시장 유입 가능성 높아.. 자산 버블 우려 목소리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통화당국의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금·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정기예금, 국고채 등 안전자산의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주식 등으로 자금이 이동해 '자산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대로 추락했다.
산업은행의 정기예금인 1년 만기 '자유자재정기예금'의 금리는 최근 연 2.93%로 내려가 2%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만기 1~2년 미만 정기예금의 가중평균 금리 기준으로 작년 5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인 연 2.94%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또 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우리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0.1~0.15%포인트, 적금금리를 0.1~0.2%포인트 각각 인하했다. 이 은행의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는 연 3.45%로 올해 5월 초 연 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한은행도 1년 만기 '월복리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연 3.6%로 종전보다 0.1%포인트 인하했다.
공동락 연구원은 "예금금리는 채권 등 시장금리에 의해 결정되는데, 요즘은 반영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이런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자산시장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채권 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9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인데 반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보다 낮은 연 3.48%였다. 이는 국고채에 투자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3년 물 국고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해 3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국내외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타면서 국고채 실질금리는 작년 7월 2.49%까지 높아졌지만 9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토러스투자증권 공 연구원은 "2004년이나 지난해 초와 달리 정책당국이 금리 인상 스탠스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채권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10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석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3년 물 국채금리는 3.08%로 폭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15일에는 3.05%로 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곧 2%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예금뿐 아니라 채권에서도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구조적으로 확정금리 상품에서는 자산을 늘리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나 국고채의 기대수익률이 마이너스대에 접어들면서 확정금리형 안전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시장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8월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645조원으로 금융위기 전인 2008년 8월 535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같은 부동자금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으로 몰려갈 경우 자산 버블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확정형 금리 상품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던 지난 2004년도에도 채권형펀드와 정기예금은 향후 2년간 순유출의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주식형펀드는 순유입 규모를 늘렸고, 2006~2007년 펀드 붐을 일으켰다.
2006~2007년 당시에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쪽으로도 몰려 갔지만 현재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 자금이 주식시장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과거와 달리 정책당국의 금리 인상 신호가 있는 가운데 나타난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하로 3년 물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4년 중반이나 금융위기 회복 시기에는 기준금리가 하락세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통화당국이 출구전략을 위해 기준금리를 전반적으로 인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자금 흐름이 통화당국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금통위는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 등의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증시 등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 과열이 발생하고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며 "점차 경기와 물가, 환율 등의 흐름을 보면서 금리인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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