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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생트집'] 내가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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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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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필자 주>

영화 ‘참을 수 없는’의 기자시사회에 다녀왔다. 김흥수, 정찬, 추자현, 한소연이 출연했다. 출연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딱히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꺼리가 되는 ‘A급’ 배우들의 출연도 아니고 본인의 취향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영화를 봤다. 결국 씁쓸한 경험만 안고 돌아섰다.

이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던 수많은 기자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르듯 나 또한 나만의 생각을 읊조릴까 한다. 영화 제목대로 ‘참을 수 없는’ 자괴감에 대한 보고서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14일 시사회가 열린 시각은 오후 2시.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45분이었다. 언제나 똑같이 홍보사가 마련한 부스로 향했다. 시사회에 늦은 일부 기자들이 부스 앞에서 붐볐다. 기자를 포함해 대략 3~4명 정도로 기억한다.

5분여의 기다림 끝에 차례가 왔다. 회사명과 기자의 이름이 멋들어지게(?) 박힌 명함 한 장을 호기 있게 건넸다. 본인이 느끼기에 약 5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명함을 확인한 홍보사 직원의 말이 기자의 귀를 의심시켰다. “자리가 여기 밖에 없는데 어쩌시죠.”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보고 싶으면 보고 보기 싫으면 말라는 ‘똥배짱’ 인가. 기자의 뒤로 배우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촉박해 뭐라 항의할 겨를도 없이 표를 받아 부랴부랴 시사회장으로 들어섰다. 근데 이게 웬일?. 분명 자리가 없다고 한 홍보사 직원의 말과는 달리 약 500석 규모의 시사회장은 절반 이상이 텅 빈 상태였다.

홍보사 직원에게 항의하기 위해 다시 밖으로 향했다. 일부 낯익은 여러 영화 담당기자들이 뒤늦게 시사회장에 도착해 표를 받아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분명 ‘자리가 없다’며 화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말석을 권하던 홍보사 직원의 뻔뻔한 대답과는 달리 부스 테이블에는 수십 장의 표가 덩그러니 놓인 채 기자를 째려보고 있었다.

황당한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화 담당기자들이라면 한번쯤 문제 제기했던 상황이 기자의 눈에 띄고 말았다. 분명 영화 담당기자라고 하기엔, 아니 기자라고 하기조차 믿기 힘든 행색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시사회장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 기자는 몸담고 있는 신문사의 이름값에서 밀린 것도 모자라 ‘동네’ 아줌마 아저씨에게도 밀린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나부랭이가 되고 말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홍보사 직원의 독한 가르침 덕에 하마터면 눈물까지 쏟을 뻔 했다.

아무튼 이날 기자는 극장 구석에 마련된 자리에서 영화를 감상한 뒤 사팔뜨기가 된 눈을 비비며 시사회장을 나섰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정말 제목대로 ‘참을 수 없는’ 뭔가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분노에 홍보사 부스를 찾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직원들은 철수한 상태였다.

기자가 느낀 ‘참을 수 없는’ 분노의 정체는 이날 느낀 굴욕감이었을까. 아니면 나 자신을 일깨워진 홍보사 직원들의 잊지 못할 친절함 일까. 정말 ‘참을 수 없는’ 하루의 ‘참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kimjb5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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