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급등 현상을 여러가지 시장·정책적인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진단한다. 단순히 가을 이사철을 맞아 매년 되풀이되는 전세난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다.
우선 주택매매시장의 불황으로 집 사기를 포기한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저렴한 분양가의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대기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공급이 크게 모자란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집값의 추가적 하락 우려 때문에 매매시장에 들어가야 할 수요자가 진입 속도를 늦추고 있다"며 "잠재 수요는 많지만 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보다는 전세 같은 임대시장 쪽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도 "집 값이 더 내릴 것이란 기대감에 집을 사려는 대기 수요가 전세로 몰리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와 맞물려 전셋값을 올리려는 집주인들의 심리도 전세대란에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지난해 동월 대비 1.7% 오르는데 그쳐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3.6%에 훨씬 못 미쳤다.
지역별로도 서울 주택가격이 지난해 동월 대비 -0.5% 떨어진 것을 비롯해 경기 -2.1%, 인천 -1.1% 등 수도권 전 지역이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반면 전국 전세가격은 매매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1년 동안 6.0%나 상승했다. 서울 5.8%, 경기 4.8%, 인천 4.8%의 수도권 지역뿐 아니라 부산(11.2%)·대전(15.6%)·경남(7.9%)·전북(7.3%)·충북(6.4%)·대구(4.0%) 등 전국 전셋값이 들썩 거렸다.
이에 따라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은 지난해 9월 53.3%에서 지난달에는 56.0%로 2.7% 올랐다.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계속 올라가면 향후 집 값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강민석 수석연구원은 "(전세난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집을 사려는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가을 이사철을 맞이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수급불균형 현상이 더 두드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의 또다른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특히 전세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15㎡ 이하의 소형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 든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중소형 아파트 물량은 지난 2004년 연간 주택공급량의 80%에 달했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60%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추세도 전세 물량의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전세제도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가능할 때 적은 비용으로 집을 구입하기 위한 것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질 때는 집을 팔거나 월세로 바꾸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그동안 건설사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소형 아파트를 많이 짓지 않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근 저금리 기조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주인이 많아진 점, 전세보증금 과세 논란 등으로 전세 물량이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전세시장은 추석연휴 이후 수요가 잦아들고 오름세도 둔화되던 예년과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와 주택 구매력 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임병천 과장은 "추석이후에는 원래 (전세시장이) 안정세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쉽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특히 목동·노원·대치 등 수도권 주요 학군 지역은 전세 물건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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