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자동차보험이 뜨거운 감자다.
적자 해소를 위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 지난 2000회계연도부터 2009회계연도까지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10년 간의 누적 적자는 5조2400억에 달한다.
공공 서비스에 가까운 금융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하지만 사업의 연속성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의 적자를 계속해서 내고 있는 것은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더 큰 문제다.
◇ 지출은 느는데 수입은 제자리
자동차보험의 누적 적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점점 더 많이 타가고 있는데 보험료는 늘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이다 보니 물가 인상을 우려한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다.
가격도 오르고 있지만 원가 상승은 이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보험사는 손해율과 사업비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책정한다. 보험사가 100원의 보험료를 받으면 72원을 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하고 28원을 예정 사업비로 책정한다.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금 지급이 많아지거나 사업비가 이보다 높게 나오면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손보사들이 예정 사업비보다 더 많은 사업비를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정적으로 손해율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업비는 회사가 정책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지만 손해율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보험 손익에서 손해율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성근 연구원은 ‘한국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을 위해서는 보험료보다 보험금 측면의 조정이 더 중요하다”며 “차량당 보험료보다 사고발생율, 사고당 손해액이 자동차보험 손익 변동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 손해율 잡으려면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지난 2009회계연도 손해율은 75.2%였다. 손해율 때문에 보험료 100원당 3.2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올 들어서도 손해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손해율은 88.1%까지 치솟았다. 전년 동월 대비로 올 4월부터 8월까지 손해율은 5.4~12.5%포인트 올랐다.
일단 보험사고가 늘고 있다. 대물 담보 사고율과 자차 담보 사고율은 2007회계연도에 각각 13.3%, 20.0%에서 2009회계연도에 14.6%, 23.1%로 올랐다. 2009회계연도 대물 담보와 자차 담보 손해율도 각각 81.7%, 82.1%로 2년새 1.9%포인트, 13.8%포인트 상승했다.
교통사고도 늘고, 차량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초 보험료 할증 기준을 상향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한 정책이 손해율을 더 악화시켰다. 지난해까지는 보험료 물적 할증 기준금액이 50만원으로 단일화돼 있었다. 즉 보험금을 50만원 이상 청구하면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 초 기준금액을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으로 세분하자 보험료 할증에 대한 부담이 없어져 소비자들의 보험금 청구액이 크게 는 것이다. 이 제도 시행 이후 할증 기준금액을 200만원으로 선택한 소비자들의 손해율은 102%선까지 올랐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의 모럴 해저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험사기를 ‘희생없는 범죄’로 생각하는 일반인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사고가 경찰신고 없이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과잉 수리·진료 등의 보험사기가 줄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우리나라는 10명 중 7명이 일단 입원을 하는데 반해 일본은 입원율이 10%도 안 된다”라며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은 다른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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