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여아 성추행 피고인, 항소심서 무죄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5세 여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20대 남성이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강원 부장판사)는 엑스레이 촬영 중이던 A(5)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방사선 촬영기사 박모(28)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실제 성추행을 당했다면 이 같은 경험은 매우 이례적이었을 것이므로 사건 당일 부모에게 얘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도 사흘이나 지나서 불쑥 이야기를 꺼낸 점 등에 비춰 A양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의 경우 질문자의 반복적·암시적 질문에 따라 기억의 변형이 생길 수 있으므로 A양이 어머니의 반복적인 질문에 영향을 받아 피해 상황을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박씨가 병원에 1년6개월간 근무하며 유사한 아동 성추행사건에 연루된 바가 전혀 없고, 사건 당시 방사선실 문의 잠금장치가 고장이 난 상태여서 누군가 불쑥 들어올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이 같은 범행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양은 지난 1월4일 밤 10시30분경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고 당시 당직 근무 중이던 방사선 촬영기사 박씨에게 복부 엑스선 촬영을 받았다.

병원을 찾은 날로부터 사흘이 지나고서 A양은 불쑥 '의사 선생님이 특정부위를 만지게 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꺼냈고, 부모는 이에 놀라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범인으로 지목돼 병원 앞 노상에서 체포됐으며 A양과의 대질신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A양이 범행의 경위, 범행 전후의 상황에 대해 모순됨이 없이 비교적 소상하고 정확하게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했으며, 박씨와 검찰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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