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주춤'… 경제 탄력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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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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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낮아져 회복세가 주춤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장률 하락은 수출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 소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세계 경제의 둔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수치상으로 상반기보다 낮아졌을 뿐,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성장률은 예상치를 웃도는 6%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둔화, 재정효과 소멸..민간소비는 늘어
    한은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0.7%,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전기 대비로는 1분기 2.1%에서 2분기 1.4%에 이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도 1분기 8.1%, 2분기 7.2%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제조업 성장률이 2.0%로 전 분기의 5.2%보다 떨어지고 농림어업 성장률이 이상 기후의 영향을 받아 -2.0%로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 성장률은 전분기 -0.9%에서 0.4%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었다.

   상반기에 고성장을 이끌었던 재화수출 증가율은 7.0%에서 1.9%로 눈에 띄게 둔화했다. 재정 지출로 경기 상승을 뒷받침했던 정부 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0.6%)로 돌아선 것도 작용했다.

   다만, 민간 소비 증가율은 2분기 0.8%에서 3분기 1.3%로 높아졌다. 아이폰과 갤럭시S 등의 판매 호조에 따른 `스마트폰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승용차 구입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밀기기 등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6.3% 증가했다. 2분기 9.1%보다는 낮지만 1분기 2.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전기 대비로 정부 소비가 -0.1%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은 -0.2%포인트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반대로 민간 소비의 기여도는 0.5%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높아졌다.

 
    ◇한은 "수치상 단순판단 금물..경기 확장국면"
    이처럼 전반적으로 수치가 둔화했는데도 한은은 전체적으로 경기가 확장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우선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는 데서 비롯한 `착시현상' 문제다.

   3분기 성장률을 1~2분기 성장률과 견주다 보니 상대적으로 둔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2분기 성장률이 8.1%와 7.2%까지 올랐던 데는 작년 1분기 0.2% 및 2분기 2.4%와 비교한 반사효과도 크게 작용했지만, 올해 3분기는 경제 회복이 가시화한 작년 3분기의 3.2%와 비교하다 보니 이러한 `거품'도 빠졌다.

   한은 김명기 경제통계국장은 "작년 동기 대비로 수치가 낮아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3분기는 추석 탓에 조업일수가 줄었던 점을 계산에 넣으면 전기 대비 성장률이 1% 가까이 나오는데,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분기 속보치가 확정되고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올해 6%대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사실상 6%대 성장을 공언한 셈이다.

   성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원화의 `나홀로 강세'가 아니라 미국 달러화 약세에 따른 동반 강세이므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이번 달 들어서도 수출은 굉장히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

   내수와 관련해서는 "설비투자가 매우 좋고 내구재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민간 부문의 성장 동력이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숫자거품' 빠졌다..불안요인도"
    전문가들은 수치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성급하다는 한은의 설명에 동의하면서도 경계해야 할 변수 역시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3분기 수치가 낮아졌다고 경기 추세가 꺾인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상반기 수치에 끼어 있던 거품을 빼고 보면 성장잠재력 수준을 유지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이투자증권 김동환 연구원은 "4분기에도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지만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2차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 조치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성장률이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팎으로 불안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다.

   `환율 전쟁'이 지난 주말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일단 봉합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 10.3%에서 3분기 9.6%로 낮아졌고 중국이 경기 과열을 식히려고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국내적으로 수출 둔화 속에 향후 경기국면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8월까지 8개월째 내리막길을 탔다.

   유 본부장은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서 자생적인 성장 기반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사라지고 세계 경기의 둔화로 수출도 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수치상으로는 하락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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