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사이 싱가포르 은행들이 아시아 지역의 부(富)를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최근 탄탄한 금융 인프라와 완벽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기반으로 싱가포르가 아시아 지역의 스위스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프라이빗뱅킹(PB) 자산은 2008년 3000억 달러에서 최근 50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싱가포르가 이처럼 PB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아시아 지역의 부유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와 금융컨설팅업체 켑제미니는 중국과 인도의 초부유층 수가 2018년께 지금의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정치적 안정도 싱가포르가 역내 PB 허브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포춘은 인도와 중국은 싱가포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고, 홍콩은 갈수록 중국 정부의 통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싱가포르를 돋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가 1997년 아시아 지역을 휩쓴 금융위기를 계기로 선도적으로 금융 인프라 개선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 싱가포르는 특히 지난 2000년 '완벽한 비밀'을 강조하는 은행의 비밀보호법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자본이득은 면세 항목에 포함됐고 예금자는 회사명이나 위탁사업체명 등을 마음대로 바꿔서 계좌를 틀 수 있게 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한 싱가포르에 지역사무소를 여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대대적인 세제혜택을 줬다.
이에 반해 UBS를 비롯한 스위스 은행들은 지난해 미국과 프랑스 정부에 탈세혐의자의 명단을 제공하는 등 그동안 국제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한몫했던 비밀주의 명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업게에서는 싱가포르의 PB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향후 3년간 싱가포르 자산관리 부문 직원 수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아시아 지역 부유층의 자산이 2012년까지 2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라제시 말카니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법인 PB부문 대표도 연말까지 운용자산이 25%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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