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타까운 e스포츠 지재권 분쟁

(아주경제 김명근 기자) 국내 e스포츠 저작권 분쟁이 결국 법원의 판단에 넘어갔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곰TV 운영사인 그래텍은 지난 달 28일 MBC플러스미디어를 상대로 ‘스타크래프트’ 저작권 침해 및 무단 사용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스타크래프트 지적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했음에도 MBC게임이 지난달 26일 차기 MSL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법적 소송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블리자드의 이번 소송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e스포츠에 대한 게임사의 저작권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원곡자가 노래방 등에서 자신이 작곡한 음악이 이윤 추구를 위해 이용되면 그 수익의 일정부분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내 법학자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블리자드의 저작권 요구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바로 e스포츠라는 콘텐츠가 생겨나게 된 배경과 그에 따른 효과다.

e스포츠는 게임을 소재로 해 사용자들 간 경쟁을 벌이는 신종 문화 콘텐츠다.

게임이 소재이긴 하지만 게임 자체의 매력보다는 프로게이머와 각 구단이 만들어 내는 경쟁이 바로 흥행의 핵심 요소다.

이 같은 e스포츠는 어느 특정 단체가 주도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 PC방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생겨난 문화다.

또 이 같은 젊은이들의 신종 문화에 관심을 보인 케이블 방송사와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당당한 하나의 신종 스포츠로 자리매김 했다.

게임사에서는 하나의 마케팅 툴로, e스포츠계는 신종 게임을 종목으로 유치하면서 윈-윈하는 관계로 발전해 왔다.

 

e저작권 분쟁이 법원의 손으로 넘어간 것에 씁쓸함을 느낄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e스포츠계는 콘텐츠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등 좀 더 체계화된 구조를 먼저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블리자드 또한 해외에서는 이미 한물 간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서는 아직도 장수타이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으면 e스포츠에 열광하는 팬들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e-mail]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