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이달부터 국민건강보험 적자가 하루 최대 100억원으로 예상되면서 건보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누적적자만 1조3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국고보조금을 조기에 투입해 재정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을 보였으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과 함께 건보재정에 30% 차지하는 약제비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보재정 ‘적신호’...올 누적적자 1조3000억원 전망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월부터 월 최대 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항암제 등에 대한 지출이 증가한데다 9월까지 월 2500억원 이상이던 국고지원금이 이달부터 35% 이상 감소해 하루 최대 100억원씩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건강보험 재정악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게 문제다. 올 9월까지 재정적자 규모는 4847억원에 달한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올해 누적적자를 1조3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심각한 것은 갈수록 적자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내년 3조원, 2012년 5조원, 2013년 7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보험료율을 4.9% 인상했지만 건보 재정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로 인해 9월말 1조7739억원인 건강보험 적립금도 12월말 1조2000억 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공단이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월평균 보험급여비 2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건보재정 ‘적신호’, ‘보장성 강화’가 주된 요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누적흑자가 2조2000억원에 달했던 건강보험이 당장 올해 건정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는 보장성 강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심장·뇌혈관 질환자가 입원할 때 본인 부담률은 종전 10%에서 5%로 인하됐다. 다제내성결핵 등 일부에 대해서만 실시되던 결핵환자 본인부담률 인하대상도 전체 결핵환자로 확대됐다. 임신사실이 확인될 때 주어지는 출산진료비 지원금도 종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났다.
보장성 강화에 따라 보험급여 지급액이 늘어나는 반면 건보재정 수입이 늘고 있지 않은 게 문제다. 건강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연 6~7%로, 건강보험 급여 지급액 증가율 12~13%에 크게 못 미친다. 누적적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건보 공단의 방만경영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정적자가 갈수록 악화됨에도 올해 166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499억원짜리 연수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2만명이 넘는 무자격자가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도 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보험료인상, 약제비 최저가 입찰 등 ‘주문’ 쏟아져
정부는 건보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내년 국고보조금을 조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국고보조금 4조 원 중 3분의 2정도를 상반기에 투입해 재정을 안정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고지원이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며 보험료 인상과 함께 건강보험 약제비 최저가 입찰 등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고영선 재정∙사회정책 연구부장은 “복지부와 공단이 책임감을 가지고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며 “동시에 재정지출도 줄여야 하는데 감기 같은 낮은 수준의 질병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박윤형 교수(의과대학)는 “건보재정의 30%를 차지하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약가관련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며 “약가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약가를 대폭 낮추고 제약사를 전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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