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으로는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작가에 따라서는 작품 자체로 이해받기를 원해 설명을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이야기가 어느 뛰어난 평론가의 글보다도 훨씬 작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최근 출간된 책 '예술가들의 대화'(아트북스 펴냄)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한 책이다.
평소 가까이에서 작가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 미술 기획자와 미술 담당 기자가 원로ㆍ중견작가 1명과 젊은 작가 1명으로 구성된 10팀을 꾸린 뒤 이들이 미술의 장르와 메시지, 의미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는 부부 영상설치그룹인 '뮌'을 만나 사진과 영상을 화두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뮌은 경쟁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배병우는 "예술가로서의 실력을 따지기에 앞서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며 "느긋하게, 밥 세 끼 먹고 작업할 수 있는 돈만 생기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작업을 할 것"을 당부한다.
은유적이고 풍자적으로 사회 현실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안규철과 양아치는 자신들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이야기하고, 여성미술가 윤석남과 이수경은 머리를 쓰는 작업이 아닌, '말 많이 하지 않고 몸 바스러지게 작업하는' 미술의 힘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외에도 최종태와 이동재, 박대성-유근택, 고영훈-홍지연, 이종구-노순택, 임옥상-김윤환, 사석원-원성연, 홍승혜-이은우가 자신들의 작업부터 삶의 자세, 인생관까지 폭넓은 주제로 나눈 진솔한 대화를 들을 수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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