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충남 아산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누리로 1736호 열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흔들리는 전동차에서 대학생 60여 명을 마주 보고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천안아산 구간을 통학하는 순천향대 학생들이 탑승한 열차 강의실에서 미래의 대한민국 교육정책을 주제로 한 `달리는 특강'을 위해서다.
무궁화호를 대체한 친환경 전동차인 누리로가 1시간20분 운행한 시간 내내 열띤 강의와 문답이 이어졌다. 이 장관은 교육정책의 키워드로 자신의 블로그 이름과 같은 `긍정의 변화'를 제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시험점수를 1점 더 올리는 교육으로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낼 수 없습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에서 끊어줘야 하죠. 그게 바로 공정 교육입니다. 미국에선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말도 있습니다."
힘겹게 중심을 잡아가며 객차 통로를 누빈 이 장관의 입에선 잠자는 학교, 사교육 팽창, 교원평가, 교장공모제, 일제고사, 창의인성 교육 등 올 한해 우리 교육현장을 뜨겁게 달궜던 현안이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장관의 `트레이드 마크' 정책 격인 입학사정관제를 얘기할 때는 목소리 톤이 더 높아졌다.
한 학생이 `미국에선 정착하는 데 100년이나 걸린 제도를 우린 너무 단기간에 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영국의 한 입학사정관제 전문가가 국제세미나에 와서는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다. 어떻게 2-3년 만에 이렇게까지 도입했느냐'고 하더라"며 우회 답변을 했다.
이 장관은 "교육강국을 만드는 입학사정관제를 일찍 정착시키려고 60개 선도대학을 한꺼번에 정해서 운용하는 곳은 지구 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이 제도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강의 주제가 지방대 취업률 문제로 옮겨가자 학생들의 관심과 걱정이 훨씬 솔직해졌다. 취업률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대학교육이 너무 직업능력 위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 장관은 대학 구조개혁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으로 청년층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까지 힘을 더해 범정부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였다며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려 애썼다.
교육정책 열강 탓인지 좀 딱딱했던 분위기는 한 여학생이 `젊은 장관님께서 인기가 많으셨을 텐데 사모님은 어떻게 만나셨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확 풀어졌다.
코레일과 협약까지 맺고 열차강의를 만들었다는 손풍삼 순천향대 총장은 "학생들이 장관한테서 직접 교육정책 브리핑을 받은 자리였다"면서 "통학열차에서 뜻깊은 특강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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