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신흥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들 국가가 물가상승률을 금리인상의 주요 이유로 꼽은 만큼,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흥국 "물가 너무 올랐다"… 금리 '줄줄이' 인상
한국과 같은 경제 신흥국들이 최근 들어 단계적인 금리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호주 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렸다. 인도 중앙은행(RBI)도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중국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기습 인상했다.
신흥국들이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는 것은 경제가 '회복'에서 '성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이들 국가는 지난 2년간 시중에 푼 대량의 유동성이 경제성장률을 자극하며 높은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렸다.
RBA는 이달 금리를 올리면서 "지난 2년간 지속돼온 물가안정세가 종료되는 시점에 왔다"고 밝혀 물가가 금리인상 상향조정의 가장 큰 변수였음을 분명히 했다.
호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 8월 2.8%에서 10월 3.8%로 뛰며 인플레 우려가 높아졌다.
인도도 최근 몇달간 도매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중후반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 탓에 내년 초 소비자물가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8~4.1%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로, 일본 등 주요 경제국이 꺾인 경기회복세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부양책을 펴고 있는 점도 인플레 기대심리를 키우고 있다.
◇한국도 '물가불안'… 관건은 시장금리
한국도 호주, 인도, 중국 등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 증가했다. 전월의 3.6%에 이어 2개월 연속 높은 수준을 이어간 것. 이는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3±1%를 초과한 수준이다.
특히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연 3.07%(정기예금, 신규취급액 기준)보다도 1%포인트 가량 높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농산물' 등 통화정책으로 제어할 수 없는 품목을 중심으로 올랐다는 점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한한다.
하지만 4.1%라는 '숫자'에서 오는 자극이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높일 수 있어 금리인상을 통해 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한은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지난해 10월(3.4%)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현재 관건은 시장금리다.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시장금리가 쫓아와주면 물가와 마이너스 금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환율만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등 통화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금통위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00%에서 2.25%로 소폭 올렸을 때도 국고채ㆍ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중자금이 금리인상을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주식ㆍ채권 등을 대거 매입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전세계를 떠돌고 있는 글로벌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한국으로 대거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시장금리 하락은 물론 환율 하락까지 부추길 수 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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