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분양가상한제 등 건설규제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크기라도 일반 공동주택으로 지으면 각종 규제를 받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사업승인을 받으면 관리실, 주차장, 어린이놀이터 건축 등의 규제를 받지 않거나 완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대상이어서 최근 민간건설사들이 소형 공동주택보다 단지형연립 주택 건설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에 들어설 '운중동 푸르지오 하임'은 기존 타운하우스로 건설예정이었던 것을 시행사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변경,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이달 분양예정이며 전용 84㎡(34평형) 144가구로 판상형 5타입, 테라스형 2타입으로 구성됐다. 도시형생활주택이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분양가는 인근에 위치한 LH 월든힐스, SK건설의 아펠바움 등 타운하우스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월든힐스는 3.3㎡당 1880만원에서 2000만원대, 대형평수로 구성된 아펠바움은 최저가격이 3.3㎡당 1900만원대였다. 푸르지오 하임은 중형에 도시형생활주택이지만 3.3㎡당 분양가는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은 비싼 땅값 및 빌트인 제품 설치 등으로 분양가가 다소 높은 편이다. 도심에 지어야 하고 주로 역세권에 위치해야 임대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에 들어선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공급면적 기준 25㎡로 전체 분양가는 1억5000만원선이다. 3.3㎡로 나눌 때 분양가는 1900만원이 넘는다.
특히 역세권 주상복합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지을 경우 사업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분양가상한제 대상도 아니어서 고분양가를 규제할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받지 않는데다 각종 규제완화 대상이어서 대형건설사들도 300가구 미만까지 허용될 경우 소형주택 보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국민주택기금 지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개인이나 건설사가 도시형생활주택 건축시 한 채당 5000만원까지 기금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규모 지원이 이뤄질 경우 기금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2000년대 초에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대거 지원, 분양전환 공공임대사업을 장려하면서 기금이 부실해졌던 아픈 경험이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자칫 부실한 건설사에 기금이 대규모로 흘러들어가 기금관리에 구멍이 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형생활주택 활성화로 인한 도시슬럼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지으면서 주차장 기준이 완화돼 원룸형은 1가구당 0.2~0.5대, 기숙사형은 0.1~03대만 확보하면 된다.
이로 인해 도시형생활주택 입주자들 사이에 주차문제로 다툼이 발생하거나 인근 지역이 주차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또 관리실, 놀이터, 상가 등의 건축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입주민의 삶의 질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건축설계분야 한 전문가는 "도시형생활주택은 1~2가구 증가 추세에 맞는 공급정책이긴 하지만 규제를 너무 완화해 각종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거 80년대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많이 짓도록 해 도시슬럼화를 부추겼던 상황과 비슷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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