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日 항공업계도 흔들…ANA·JAL, 지방 노선 공동운항 추진

  • IATA "올해 항공업계 순익 반토막"… 연료비 40% 증가 전망

  • 수요 회복에도 채산성 악화… 글로벌 재편 압력 커져


 

도쿄 하네다 국제 공항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쿄 하네다 국제 공항[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동 위기가 세계 항공업계를 다시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세계 항공업계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이 저수익 지방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추진하는 등 비용 부담에 대응한 협업 움직임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올해 세계 항공업계 전체 순이익을 230억 달러(약 35조 원)로 전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지난해 45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 수요 회복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항공업계가 이번에는 중동 위기에 따른 연료비 급등이라는 새 난관에 직면했다.

항공업계의 수익성을 가장 크게 압박하는 요인은 연료비다. IATA는 올해 항공업계 전체 연료비가 3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규모로, 증가분만 약 1000억 달러에 달한다. 항공사 운영비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25~30% 수준이다.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 항공사는 운임 인상이나 감편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만, 지방 노선처럼 탑승 수요가 적은 노선에서는 비용을 운임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중동 노선 수요도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IATA는 유상여객킬로미터(RPK) 기준으로 올해 중동 지역 항공 수요가 지난해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정세 악화로 중동을 오가는 여객 수요가 위축되면서 도하를 거점으로 하는 카타르항공 등 중동 주요 항공사들은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과 인도 에어인디아 등도 수익성이 낮아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줄이고 있다.

일본 항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ANA와 JAL은 국내 지방 노선을 대상으로 공동운항을 추진할 전망이다. 철도로 대체하기 어렵지만 수익성은 낮은 노선이 주요 대상이다. 두 회사의 협업 논의는 중동 위기 이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채산성이 더 나빠지면서 공동운항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일본 지방 항공 노선은 인구 감소와 출장 수요 둔화로 이미 수익 기반이 약해진 상태다. 여기에 연료비까지 급등하면서 대형 항공사도 한 회사만으로 노선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ANA와 JAL이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글로벌 항공업계 재편 가속화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에는 항공 수요 자체가 급감하면서 항공사들이 자본 확충과 공적 지원에 의존해야 했다. 반면 이번에는 중동 지역을 제외하면 항공 수요는 비교적 탄탄하다. IATA는 올해 세계 항공 여객 수가 51억 명으로 지난해보다 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는 버티고 있지만 연료비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항공사들의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이런 비용 부담에 대응해 중동 위기가 본격화한 뒤 글로벌 항공업계의 재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규모를 키우면 항공유 조달 등에서 이점을 누리고 견조한 여객 수요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독일 루프트한자가 이탈리아 ITA항공에 출자하고 한국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결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투자펀드 캐슬레이크가 에어프랑스KLM의 스칸디나비아항공(SAS) 편입을 지원하고 영국 저비용항공사(LCC) 이지젯 인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지난 4월 유나이티드·아메리칸항공 합병 구상이 거론됐다. 2008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처럼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유가 급등이 재편의 계기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에서도 항공업계 재편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지난달 말 대형 항공사의 중견 항공사 출자를 제한해 온 규제를 철폐했다. 이에 따라 국내선 중심 항공사에 대한 인수·출자 제안의 문턱도 낮아졌다.

IATA의 윌리 월시 사무총장은 "연료비 증가는 많은 항공사에 사업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던 항공업계가 이번에는 중동 위기에 따른 연료비 급등에 직면한 것이다. 세계 항공업계의 재편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지방 노선 공동운항과 중견 항공사 재편 논의가 한층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