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의 한 대형 오피스 빌딩. 사무실의 절반 이상이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비어있는 상황이다. |
서울의 오피스 빌딩들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지난 2008년 말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줄어든 수요는 회복이 더디지만, 그사이 새로 지어진 빌딩은 계속 늘어나 공급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저트스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지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5.44%로 전기 대비 0.27%포인트 올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 공실률인 3.23%보다 2.21%포인트 급증한 것이고,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8년 3분기에 비해서는 무려 5배 가까이 폭증한 수준이다.
권역별로도 종로·을지로권역(CBD)의 올해 3분기 공실률은 4.84%로 지난해 동기의 3.52%보다 1.32%포인트 올랐다. 강남권역(KBD) 공실률도 같은 기간 3.58%에서 6.73%로 비어 있는 사무실이 급증했다. 여의도권역(YBD)만 2.47%로 지난해 동기(2.35%)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 서울 중구의 한 대형 빌딩은 지상 총 28개층 중 10개층이 공실로 남아있다. 전체 면적의 약 35%가 비어있는 것이다. 인근의 지상 15층 규모의 다른 빌딩은 사정이 더욱 나빠 전체 면적의 50% 정도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 공간이다.
이에 따라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빌딩주들이 임대료를 깎아주는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역 임대난'도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서울 도심의 '빈 사무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공급될 예정인 대형 오피스 빌딩만 2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빌딩의 총 연면적은 약 640만㎡로 여의도 63빌딩 규모의 빌딩 40여개가 추가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 부처 및 주요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오는 2012년부터 본격화되면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빈 사무실의 증가는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서울 및 전국 6개 광역시와 경기 일부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1000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오피스 빌딩 투자수익률은 1.16%로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08년의 연간 투자수익률 13.74%과 비교해 12분의 1 토막이 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 빈 사무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정부기관과 기업들의 '탈(脫)서울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신규 공급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실률 증가는 임대료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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