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의 감산결정이 공식화되면서 메모리업계의 공급조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요 업체들이 미세공정 전환 등 생산성을 높이고 있어 내년 반도체 시장은 공급초과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엘피다 메모리가 11월부터 PC용 D램 생산을 현재 웨이퍼 기준 월23만장에서 17만장으로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세계 D램 웨이퍼 생산량의 4.5% 수준에 해당한다. 또 엘피다는 대만 자회사 렉스칩의 내년 R2 팹가동 연기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수요부족에 인한 가격 하락으로, 내년도 시장상황 악화를 경계하던 메모리 업계에서 감산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업계에서는 이를 메모리 업황이 바닥에 접근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내년 16라인 가동 늦추는 한편 가동 시에도 범용 D램이 아닌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기로 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생산능력을 내년에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업체들이 끝없는 공급확대 경쟁인 이른바 ‘치킨게임’이 재현될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공급초과 추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감산발표가 실제 감산을 의미하지 않는데다가, 미세공전 전환에 따른 단위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 최성제 연구원은 “엘피다는 감산을 하겠다는 것 보다 지금까지 파워칩사에서 아웃소싱으로 구매하던 물량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칩은 엘피다가 구매하지 않으면 이 물량을 시장에다 내다팔아야 한다. 결국 전체 공급량이 크게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원도 “엘피다의 PC용 D램 감소 결정은 감산보다는 PC수요 약세에 따라 D램 판매 주체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미세공정 전환이 내년 초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D램의 공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동부증권 이민희 수석연구원은 “웨이퍼기준으로는 (생산을) 동결해도, 미세공정으로 전환하면 칩 생산은 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3분기 말부터 30나노급 공정으로 제품양산에 들어갔고, 하이닉스와 엘피다 모두 내년 1분기에는 30나노급으로 공정을 전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40나노급 공정을 30나노급으로 전환하면 단위 생산량이 최대 60%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라인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아도 시장 공급물량은 2배 이상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램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경우 공급초과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초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달러 약세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시장수요가 살아난다고 전제하면, 인텔의 새 플랫폼(Sandy Bridge) 출시가 내년 1분기 PC 수요를 촉진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지성 기자 lazyhan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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