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금융투자사 해외 진출 더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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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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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쏠림' 현상과 차별화 부재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출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해외에 진출한 증권사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지난 3월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34개국에 총 314개의 국내 금융회사 점포가 진출해 있는 가운데 아시아지역 점포수는 63%인 201개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사들의 아시아 진출 편중 현상뿐 아니라 증권사들의 차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아시아 '편식'… 선진금융 학습 더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국내 금융회사는 신흥시장에 69.8%(97개), 선진시장에 30.2%(42개)씩 진출해 있다. 그만큼 아시아 신흥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흥시장에서는 해외 금융투자사의 진입에 대부분 개방적이지 않기 때문에 법인 형태로 진출하기 어렵다.

박재흥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팀장은 "글로벌 브랜드 파워 부족과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 부재 등으로 영업수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법인과 지점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체 해외 점포 가운데 41.7%는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사무소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진출 대상이 특정 국가와 지역에 편중돼있어 현지에서 국내 금융사간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 해당 국가의 여건이 악화됐을 때 동반부실 우려가 확대되는 등 리스크 분산이 어려운 약점도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이 활발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지나치게 집중된다면 국내 증권사가 선진화된 리스크 관리와 금융 상품 개발 등을 배우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서기석 금융투자협회 이머징마켓지원센터 팀장은 "신흥시장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휩쓸어가는 것을 우려해 진입 조건을 강화시키거나 인허가 기간을 터무니 없이 늘리기도 한다"며 "또 자국 중앙은행에서 외환 유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도 제한 요소"라고 말했다.

◆ 금융투자사의 '차별화' 부재

외국 금융투자사보다 인지도가 낮은 국내 금융투자사의 차별화 부재도 해외 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미래에세증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만 해외에서는 이름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진입 장벽도 높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것 자체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박재흥 팀장은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도 약하고 글로벌 경영능력 확보 역시 저조한 국내 금융투자사들이 진출 자체에만 의의를 두고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금융투자사별로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을 반드시 세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규투자 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의 인수·합병(M&A)도 고려해 유연성 있는 진출 전략을 세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서기석 팀장은 "해외 진출에 있어 현지화가 가장 중요한 만큼 현지 금융투자사의 M&A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인수 후해도 경영권 확보와 피인수 기업의 회계장부의 투명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금융투자사들이 모두 신규투자 방식만 고집해서는 차별화된 해외 진출이 어렵다"고 전했다.

정해림 기자 12xworl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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