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국경 초월한 `새 연대' 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11-05 16:5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국가는 더이상 국민을 보호해주는 최고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연대 사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카모토 요시카즈 도쿄대 명예교수는 5일 한신대와 동아시아평화포럼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 개막한 '2010 동아시아 평화포럼'에서 '21세기 동아시아 공생사회의 조건'이란 기조발제를 통해 "근대에서 최고의 공동체로 인식돼 온 '주권국가'가 21세기 들어 글로벌화로 인해 상대화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가는 더이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 이익을 보호하는 최고 기관이나 최강의 방어벽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사카모토 교수는 또 2050년 91억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인구가 풍요로운 삶을 향해 무한한 경제성장을 한다는 것은 자원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며, 한정된 자원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의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새로운 자유를 정의하는 '연대' 사상이 필요하다며, 연대란 '국가'나 '민족'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 광역공동체, 시민공동체, 지역공동체 등으로 다층화, 다원화되면서 연계, 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연대를 통한 자원 분배에 실패한다면 국가 간, 계층 간에 끝없는 싸움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가주의 극복과 한반도에서의 국가개조 작업' 기조발제에서 "분단된 남북한의 국가주의는 민족주의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억압적이고 악성적"이라고 규정하고 "냉전 종식에 따라 남북도 '흔들리는 분단체제'의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이 미ㆍ소 대립의 결과인데다 세계 냉전체제의 영향으로 분단이 '체제'로 굳어진 만큼 냉전이 종식된 지금은 분단체제의 자생력이 심각한 도전을 맞았다고 그는 진단했다.

백 교수는 "6ㆍ15 공동선언의 남북연합 내지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점진적 국가개조 방안에 대한 원칙적 합의"라면서 "완만하고 단계적인 통일 과정에는 특별한 권력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개입할 공간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연대'가 다양한 시민운동 형태를 띠면서 점점 큰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을 가로막는다면 범세계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한국에서도 범 한반도적인 시민연대를 가로막는 정권과 분단 기득권 세력에 대한 민중의 압력은 거역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다"며 "정부 스스로 길을 열어주든 그러지 않든 남북 화해와 재통합의 큰 흐름은 머지않아 재개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6∼7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로 장소를 옮겨 일본의 문명비평가 가라타니 고진 등의 발표가 이어진다.

고진은 '국가주의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동아시아 구상' 주제발표에서 제국주의와 헤게모니 다툼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현재 상황은 1894년 청일전쟁 당시와 유사하며 동아시아에 자원,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전쟁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계속되는 제국주의의 진행과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유엔의 역할론을 제시한다.

고진은 "칸트가 말한 영구평화는 단순한 전쟁 부재가 아니라 아예 적의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며 "유엔은 자본과 국가에 대항해 세계국가를 제압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통해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