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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히가시후지연구소 내 가상운전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주행 모습. |
‘실제상황과 최대한 가깝게….’ 지난 3~4일 이틀에 걸쳐 방문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양대 연구소, 도요타 중앙연구소와 히가시후지연구소의 모토는 현실에 최대한 가까운 상황을 구현하고 이를 연구해, 사고 사망률을 0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실제로 일본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9년 연 4000명에서 지난해 1500명까지 줄어들었다.
도요타는 올 초 미국을 시작으로 연간 총 생산대수에 달하는 600만~700만대에 달하는 대규모 리콜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아키오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올 여름부터 진행하고 있는 전 세계 기자의 도요타 일본 연구소 투어는 ‘(이번엔 운이 없었지만) 우리의 기술력은 수준이 다르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지만 도요타는 여전히 기술면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충돌시험장 내 더미(인형) 모습. 남녀노소별로 수십종이 있으며 1500만~1억엔 등 가격도 다양하다.
◆가상 인간모델과 1억엔 ‘더미’=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도요타의 최고급 대형 세단 ‘크라운 마제스타’와 경차 ‘야리스’가 시속 55km로 마주오며 충돌했다.
히가시 후지 연구소 내 충돌시험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실내 충돌시험장이다. 돔 형태의 이 곳 시험장에서는 매년 실차 충돌 시험만 1600회가 이뤄진다. 소규모 충돌 시험은 그보다 몇 배나 더 많다.
이날 충돌 시연의 초점은 경차가 정면 충돌할 때 운전자의 안전이 확보되는지였다. 경차의 충격 흡수력도 중요하지만, 대형차가 얼마나 충격을 잘 받아주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란 게 이 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시험에서 경차 ‘야리스’의 전면은 완전히 찌그러졌지만 ‘더미’(인형)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요시히사 칸노 차량안전개발 계장(主査)은 “운전자의 공간이 확보됐다”며 “이 정도면 중경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더미에는 총 106개의 센서가 부착돼 각 부위의 손상 정도를 더 정확히 데이터화 한다. 일반 더미는 1500만 엔, 목뼈나 내장 등을 구현한 더미는 5000만~1억엔(약 14억원)까지 한다.
이뿐 아니다. 더미로 할 수 없는 부분은 ‘툼스(THums; Total Human Model for Safety)’라고 하는 인간모형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한다. 골절 강도, 뇌 손상 등이 정확한 수치로 측정된다. 지난달 최신 버전인 v4가 개발돼 국내외 대학 및 타 자동차 업체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충돌시험 모습.
◆가상운전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히가시후지 연구소에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는 가상운전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가상 운전이라고 해서 단순한 게임 정도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지름 4m 가량의 구체는 실제 도로 상황을 360도 완벽히 구현하고 있다. 운동장 넓이의 시뮬레이션 장소에 시뮬레이션 구체가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몸의 쏠림 현상까지 완벽히 재현한다.
이 곳은 한눈 파는 경우, 졸음운전, 음주운전, 의식 잃는 경우 등 운전자의 다양한 습성과 행태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2년 반에 걸쳐 개발됐다. 본격 가동은 2008년 봄부터 시작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가령 104명을 대상으로 한 졸음운전 시험에서 운전자의 절반 이상은 눈을 뜨고 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구 인식을 통해 졸음운전 경보를 보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밝혀낸 것.
개발자인 타카시 요네카와 전문연구원은 “아직 실제 차량에 적용된 경험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운전자 습성 파악을 통해 사상자 0의 세상을 구현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외부 모습. 가상 주행에 따라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전달해 준다.
◆도요타 엔지니어가 본 현대차는= 이틀에 걸친 아시아 기자(한국.대만.동남아)의 연구소 투어는 그 자체로 도요타의 철두철미함을 보여줬다.
이동, 휴식 등 기자단의 모든 행동은 철저히 통제됐고, 3개조로 나뉜 기자단은 5분 단위로 일사분란하게 이동했다. 철저히 교육받은 직원들의 모습에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투어를 마친 후 어떤 오류도 시스템화 하려는 ‘도요타 웨이’에 감탄하면서도 이들의 유연하지 못함이 올 초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이 곳 연구소에서는 자사의 신차 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자동차의 시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차, 즉 현대차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현대차는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기술면에서 큰 주목의 대상은 아니다.” 마츠오 요시아키 기술총괄부 선행기획실 계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각이다. 쏘나타 이전 모델(NF)은 시험한 적이 있지만, 최근 모델은 아직 시험 대상에도 없었다. 기아차는 대상에 오른 적도 없다.
마츠오 계장은 “한국 엔지니어는 거의 없다. 예전에 한 명이 이 곳에 근무했는데 얼마 후 관두더니 현대차로 가더라. 나중에 현대차 연구개발 본부장하고 함께 이 곳을 방문한 일이 있다(웃음)”는 일화도 소개했다.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이 말 은연중에 ‘한국차는 아직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듯 했다.
(일본=미시마)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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