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여야 현역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검찰이 신중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단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
현재 검찰은 ‘청목회 로비’ 외에도 국회 정무위원 및 농림수산식품위원 등을 대상으로 한 농협과 카드사 등의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며, 앞서 제기된 한화·태광·C&그룹 등 대기업 비자금과 경기 고양시 일산 식사지구 도시개발사업 관련 비리 의혹, 그리고 일부 진보 성향 정당의 노동계 정치자금 불법유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정치인 연루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검찰발(發) 사정 한파의 파장이 어느 정도가 될지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목회 의혹과 관련, 자당 의원 5명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민주당은 일단 이번 일을 ‘국회 말살·유린’ 사태로 규정하고 다른 야당과 함께 향후 대응방안을 공조키로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는 국회와 정치권의 총체적 비상상황이다”며 “검찰의 국회 탄압에 분연히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또 차영 대변인은 “민주당은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입법활동을 로비로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청와대가 연루된 민간인 사찰은 결코 압수수색으로 가려질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압수수색엔 ‘대포폰(명의도용 휴대전화)’ 논란이 불거진 국무총리실 불법사찰 사건의 ‘물 타기’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당 일각에선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지난 1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개입설을 제기한 강기정 의원이 포함된 점을 들어 “명백한 보복 수사”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압수수색 당일 조배숙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찰의 국회 탄압 대책위원회’를 당내에 구성한데 이어, 주말인 7일에도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여는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민주당은 8일엔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과 야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야권 공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지나쳤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한나라당도 이번 압수수색 명단에 자당 의원 5명의 이름을 올렸다.
당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로 미루자는 게 여권 내는 물론 여야 간에도 대체적인 기류였는데 검찰이 산통을 다 깨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릴 예정인 ‘당·정·청 9인 회동’에서도 검찰 수사와 관련한 향후 정국 대응책이 비중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검은 손’ 운운하며 이번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주장한데 대해선 “객관적 근거도 없이 정부·여당을 음해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배은희 대변인)고 경계의 뜻을 나타냈다.
장용석 기자 ys4174@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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