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 민주당이 일단 ‘비준 거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그간 한·미FTA 재협상 논란과 관련해 ‘당론 부재’로 내홍을 겪었던 민주당은 그간 진행돼온 양국 간 추가협의 결과가 우리 측의 ‘퍼주기’식 양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번 FTA 추가 협의에서 정부가 ‘자동차 안전 및 연비·환경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미FTA의 국회 비준을 거부한다는 방침. 더불어 한·미FTA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요구할 계획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한·미FTA 추가 협의 내용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 고수, 미국에 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이런 조건에선 비준은커녕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면서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한·미FTA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한·미FTA 협상 대상이 아닌 쇠고기를 지키느라 자동차 문제를 (미국에) 양보했다고 한다”면서 “이는 한·미FTA가 아니라 미국을 위한 FTA다. 불공정한 한·미FTA에 대해서는 결단코 비준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CBS라디오에 출연, “한·미FTA의 핵심 이해관계가 자동차 문제였기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 서비스·제약 분야 등을 양보한 것인데 자동차 시장을 더 개방하면 한·미FTA 의미가 전혀 없게 된다”면서 “국가적 자존심까지 상해 가면서 미국에 끌려다니는 통상외교는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춘석 대변인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보답으로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커다란 양보를 한다면 국민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외에 자유선진당을 포함한 다른 야당들도 한·미FTA 비준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
박선영 선진당 대변인은 “아직 당 차원의 논의를 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협상 결과가 나온다면 (비준안에) 찬성키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은 8일부터 4일 간의 일정으로 ‘한·미FTA 밀실협상 반대’를 위한 철야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의해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한나라당은 한·미 양국의 FTA 관련 추가 협상에 대해 “(야당이 주장하는) ‘밀실협상’, ‘퍼주기식 협상’은 아니다”면서 “미국의 자동차 안전·환경기준 완화 요구를 수용해도 큰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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