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風'이 부채질한 30대 여성들의 미혼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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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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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나 외시 합격자 수 여자들이 남자 추월
남자들 게임에 빠진 사이 '음의 시대' 도래?

30대 여성들의 미혼율이 높아진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대세로 자리 잡은 '여풍(女風)'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1970년대에 태어난 30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 박사 학위자나 고시 합격자에서 여성의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대기업과 전문직 등에도 여성의 진출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런데 이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 많아지는 추세는 결혼 안 하는, 혹은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사회적인 성취를 위해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잦은데다, 여성들이 경제적 안정을 갖췄으면서도 앙혼(仰婚.자신의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결혼) 경향은 여전해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남성들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여풍 거세지며 미혼율도 급등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는 이른바 '여풍'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돼 2000년대에는 주요 부문에서 여성의 진출이 남성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10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박사학위자의 여성 비율은 1990년 13.3%에서 1995년 16.8%, 2000년 20.5%, 2005년 26%, 2009년 30.1% 등으로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같은 기간 한국연구재단에 신고된 해외 박사학위자 중 여성 비율도 14.7%→18.4%→23.5%→28.6%→33.8% 등으로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들 중 여성의 비율은 48%로 남성과 거의 같아졌다. 10년 전인 2000년만 해도 그 비율은 29.8%였다.

고시에 합격하는 여성들의 비율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행정고시(행정직)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1995년 10.4%에서 2008년 51.2%로 급증, 남성과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외무고시도 2000년에는 여성 비율이 20%였지만 2007년에 67.6%에 이르는 등 남성을 압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사법고시도 올해 2차시험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최초로 40%를 돌파했다. 10년 전인 2000년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18.9%에 불과했다.

이런 추이는 여성의 미혼율 추이와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미혼율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점진적으로 높아지는가 싶더니 2000년대 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1985년에서 1995년까지 10년간 미혼 여성 비율은 ▲25∼29세 18.4→29.6% ▲30∼34세 4.3→6.7% ▲35∼39세 1.6→3.3% 등으로 연령대별로 11.2%포인트, 2.4%포인트, 1.7%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1995년∼2005년에서는 미혼 여성 비율이 ▲25∼29세는 29.6→59.1% ▲30∼34세는 6.7→19.0% ▲35∼39세는 3.3→7.6% 등으로 각각 29.5%포인트, 12.3%포인트, 4.3%포인트 급등했다.

인구주택총조사가 5년 단위로 이뤄져 2005년 통계가 마지막이지만 올해 이뤄지는 조사에서 30대 여성의 미혼율은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딸의 전성시대
지금의 30대 여성들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형제·자매가 적어 딸이라는 이유로 학습권 등에 있어 차별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모(33) 씨는 2살 위인 오빠와 4살 아래인 남동생의 사이에서 자랐지만, 차별을 경험하진 않았다.

김씨는 "딸이라고 차별받는 건 진짜 옛날이야기 아닌가"라며 "공부하는데 불이익을 받아본 적은 없으며 최대한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즘 부모들은 딸이 시집 잘 가서 남편 덕을 보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더 반긴다.

'엄마처럼 살지 마라'는 어머니의 격려 속에 남다른 근성까지 갖춘 경우도 적지 않다.

사법연수원 졸업을 앞둔 고모(33) 씨는 "나이가 많이 찼지만, 부모님도 결혼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성공하기를 더 바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양오행을 공부하는 학자들은 "남자가 지배해온 양의 시대가 끝이 나고 이제 여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중고등학교에서는 여학생의 학업성적이 월등해 남학생들이 남녀공학 학교 입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남녀공학인 안양 부흥고 송지연 교사는 "성적 중상위권 학생의 남녀 비율이 6대 4 정도로 여학생이 많다"면서 "여학생들이 학교 수업과 과제에 훨씬 충실하게 임하는 등 수행평가 점수가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보편화된 온라인게임이 남녀간 학력격차를 벌어지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2009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남성(69.8%)이 여성(39%)보다 훨씬 많았으며, 주당 평균 이용시간도 남성이 9.4시간으로 여성(6.3시간)보다 3시간여 길었다.

인터넷중독 상담을 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정경빈 상담사는 "인터넷중독 상담의 대다수가 온라인게임 관련이며, 상담자의 대부분이 남자 청소년들"이라며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져 고민인 남자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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