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대통령이 뜨면 휴대폰 안 터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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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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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대통령이 이동하거나 머무는 곳 주변에서는 이동전화를 쓸 수 없다?

G20 각국 정상 및 대표단, 주요 기업 대표들이 총출동한 자리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G20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과 주변에서는 아침 7시께부터 오전 10시까지 일부 SK텔레콤 휴대폰 가입자들이 휴대폰 통화가 되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일부 기업 관계자들은 휴대폰 통화 버튼을 누르면 '긴급전화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만 뜨고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해당 통신사에 확인 결과, 통신망에는 이상이 없고 대통령 차량에 따라붙는 전파방해 차량과 청와대의 요청으로 호텔 내 중계기 전원을 차단한 것이 원인이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중계기 차단 요청을 받아 전원을 껐고 이후 현장 직원이 전원을 제때 복구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통화 장애 해프닝이 일어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에서 개회사를 위해 워커힐 호텔에 방문했기 때문이라는 것.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이동할 경우 위치 노출, 테러 등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 차량과 함께 전파방해 차량이 따라붙고, 머무는 장소에는 이동통신 중계기를 끄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파방해 차량은 일시적으로 주파수를 차단하는 잼잉(Jamming) 기술을 이용해 짧게는 1Km에서 길게는 20Km까지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잼잉은 불특정 노이즈를 발생시켜 통신체계를 방해하는 군사 기술로, 희망하는 주파수 신호 내용을 분명하지 않게 하기 위해 별도의 전파를 발사해 희망하는 신호의 수신을 고의로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외부 이동시 전파방해 차량과 함께 이동하고, 필요에 따라 방문하는 곳에 중계기 전원을 차단해줄 것을 요청한다.

청와대에서 특정지역의 주파수를 차단하는 것은 국가 보안을 위해 전파관리법에서 정한 것으로, 국가 원수 또는 특수 상황에서만 가능하고 일반인은 잼잉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일정지역에서 통신 장애 민원이 접수돼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시스템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상황을 파악하다 보면 대통령이 이동하는 경로에 전파방해 차량 때문이라는 얘기를 적지 않게 듣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텔레콤의 통화 장애를 두고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방문에 따라 중계기 전원 차단을 원했다면 이동통신 3사 모두에게 요청했을텐데 이날 KT와 LG유플러스에는 이러한 요청이 없었다는 것.

따라서 이들은 당시 워커힐 내부의 SK텔레콤 중계기에서 일시적인 장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중계기 전원을 차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주관통신사로서 완벽한 통신체계를 위해 시설을 확충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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