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궐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고 빼어난 경치로 유명한 창덕궁 관람은 G20 정상들의 배우자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차원에서 기획됐고, 한복패션쇼를 비롯한 다채로운 일정으로 꾸며졌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전날 밤 서울에 황사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한복패션쇼 장소를 창덕궁에서 정동극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날 새벽 날씨가 좋아지면서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가한 G20 정상들의 배우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해 로린 하퍼 캐나다 총리 부인, 구르사란 코르 인도 총리 부인, 게흐트위 반 롬푀이 EU(유럽연합) 상임의장 부인, 크리스티아니 헤라와티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인, 에미네 에르도안 터키 총리 부인, 마르가리따 사발라 고메스 델 깜뽀 멕시코 대통령 부인, 클로리아 본기 은게마 남아공 대통령 약혼녀 등 8명이다.
여기에 초청국 정상의 배우자인 쩐 타잉 끼엠 베트남 총리 부인, 호 칭 싱가포르 총리 부인, 아젭 메스핀 에티오피아 총리 부인, 칼리스타 무타리카 말라위 대통령 부인과 국제기구 대표의 배우자인 유순택 유엔 사무총장 부인, 룰루 구리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사무총장 부인도 포함됐다.
창덕궁 체험은 물속에 돌기둥을 세워 만든 금천교부터 시작됐다.
정상부인들은 오전 10시께 차례로 창덕궁에 입장한 뒤 금천교 앞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영접을 받은 뒤 한복을 차려입은 창덕궁 문화해설사들의 안내에 따라 낙엽이 쌓인 궁궐을 5분간 걸으면서 한국의 가을정취를 만끽했다.
이들은 바람이 동반된 추운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입었지만 창덕궁의 아름다움에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이어 숙정문에서 친환경 전기차를 타고 1㎞ 이동한 뒤 네모난 연못인 부용지에서 김 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이때 국립국악원 정악단원 7명이 연주하는 대금독주곡 '청성자진한잎'과 관현합주 '현악영산회상' 음악이 흘러나왔고 정상부인들은 부용지 옆에 마련된 온돌의자에 앉아 연꽃차와 국화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다.
행사의 백미는 오전 11시께 창덕궁 내 민가형식의 목조건물인 연경당 안마당에서 펼쳐진 한복패션쇼였다.
정상부인들은 연경당에 들어서기 전 문앞에서 '계수나무 괴석에 새겨진 두꺼비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설명을 듣고서 직접 다가가 돌을 쓰다듬은 뒤 서로에게 "You're lucky(당신은 운이 좋다)"라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패션쇼에서는 해금 및 가야금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와 이영희씨가 전통미와 현대미를 조화시켜 준비한 작품 24벌이 선보였다.
패션쇼가 시작되자 정상부인들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느라 바빴고 일부는 추위에 코끝이 빨개지기도 했지만 형형색색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델들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특히 고메스 델 깜뽀 멕시코 대통령 부인은 행사 내내 계속 웃으면서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고 여기저기서 'Beautiful!(아름답다!)'이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정상부인들은 패션쇼가 20분만에 끝나자 아쉽다는 듯 모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뒤 버스를 타고 오찬 장소인 성북구 성북동의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