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규장각 협상 산파 자크 랑 前 佛장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11-12 21:2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매우 행복합니다. 이번 합의는 양국 관계와 양국 우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296권을 대여형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발표되자 이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온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은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랑 전 장관은 이날 파리 주불 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15년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에게 반드시 한국에 반환되도록 해결해야 할 사안임을 강조하고 또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도 이를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환'이 아닌 `대여'로 합의된 것에 대해 "프랑스 내 반발을 고려, 한국에 돌려보내기 위한 형식일 뿐이며 실질적으로 한국에 계속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오늘 두 정상간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반드시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에 사실상 반환키로 합의된 것에 대한 소감은.

   ▲ 매우 행복하다. 이번 합의는 양국 관계와 양국 우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어서 아주 기쁘다. 두 나라가 계속해온 '전투'에서 모두 승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15년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방한할 때 "꼭 반환돼야 한다"며 타결을 당부했다. 그러나 미테랑 대통령 이후 동거정부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해 아쉽게 생각해왔다.

   --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도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언급했었나. 사르코지 대통령의 반응은 뭐였나.

   ▲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축하인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가장 먼저 당부한 것이 "한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후 만날 때마다 얘기했다. 한국 그 다음에 외규장각을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역사의 한 페이지 장식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엘리제궁 회의에서 한국의 얼과 역사, 국민의 일부분이라면서 꼭 해결하겠다는 개인적인 신념을 철학적으로 표현했다고 들었다. 국내적 반발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한 용기를 높게 평가한다.

   -- 이번에 합의된 반환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 이번 문제는 역사적 행위를 풀어가는 일에서 양국 정부가 모두 수용 가능한 타결점을 찾았다는 데 있다. 이미 경제.기술.정치 분야 등에서 좋게 유지되고 있는 양국의 모든 관계에 왕관을 씌우는 것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함대가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해왔는데 이는 선교사들을 처형한 것에 대한 보복행위였다. 그러나 이 도서들은 한국의 얼이자 역사, 정신이다. 나는 항상 이것이 역사적으로 치유돼야 하고 역사적 정당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언급했을 때 아주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래서 오늘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많은 장애물을 이겨낸 용기있고, 현명하고, 고귀한 결정이었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도 큰 용기를 같이 평가하고 싶다. 특히 박흥신 주불 한국대사의 역할이 컸다. 박 대사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많은 인내와 설득력을 보여줬다. 단순히 반환해야 한다고 나섰다면 특별법 제정해야 하는데 수십년 걸리기 때문에 언제 해결될지 아무도 예측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늘 정상 간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반드시 지켜보겠다.

   -- 향후 실무협상 과정서 파리 국립도서관(BNF) 측이 문제삼을 가능성은 없나?
    ▲ 프랑스는 민주주의 국가다. 기본적으로 정권이 우월한 위치에 있고 그 책임을 높은 위치에서 수행하는 나라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정부가 체결하는 합의는 전적으로 100%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합의된 사항은 전적으로 조속히 실행헤 옮겨져야 한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본다.

   -- 프랑스 내에도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 알다시피 프랑스 학자들이 많이 도움을 줬다. 특히 파리7대학 한국학 연구자들은 반환을 지지했다. 이들의 역할이 컸다.

   -- 반환이 아니고 5년 임대 형식이라는 것에 한국에서 제기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에 대한 의견은.

   ▲ 난 법학 교수다. 법의 한계를 잘 안다. 일종의 포장이다. 어떤 경우든 성공하기 위해선 형식주의에서 벗어냐야 한다. 한국민의 감정을 잘 안다. 그러나 이 도서들이 일단 한국에 돌아가면 계속해서 남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BNF 전문가들이 결사반대해왔다. 수많은 반발이 있었다. 저항이 대단했다. 포장은 대여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취해진 법률적 형식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