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키로 한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국군 파병 논란이 심상치 않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파병의 위법성 및 대가성 여부 등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면서 파병 결정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정부가 UAE 요청에 따라 군 병력 130여명을 파병하기로 한 데 대해 “해외파병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환영하며 국회 파병동의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답변에서 “(원전과 파병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파병 문제에 대한 검토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즉각 “부대파견은 원전 수주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지시도 부대파견이 아니라 국방 분야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고 즉각 해명에 나섰으나, “김 장관의 발언은 그간 ‘원전 수주와 UAE 파병은 무관하다’는 정부 입장을 뒤집는 것”이란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 팽배하다.
특히 국방위 소속의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파병에 대해 대통령과 국방·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극소수만이 본 ‘비밀 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UAE 파병이) 비밀로 이뤄졌다면 위헌이다. 이는 정권의 생명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도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으면서까지 원전을 수주해야 한다면 포기하는 게 맞다”(전현희 원내대변인)며 파병 철회를 거듭 요구하고 있는 모습.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마저 “돈을 벌기 위해 군을 파병하는 일은 헌법상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국격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정부가 투명하게 원전 수주에 따른 대가성 유무를 해명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파병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 파병동의안 처리의 난항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선진당은 이번 주 중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UAE 파병에 대한 당론을 정할 예정이다.
한편 ‘국군부대의 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 동의안’은 지난 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대통령 재가를 얻어 이르면 15일 중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UAE 파병동의안 처리 문제가 다른 안건과 연계될 경우 안 그래도 복잡한 연말 국회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선 “오는 25일로 예정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관련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문제가 파병동의안과 연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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